1인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피보’가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보는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 제작을 가능하게 해주는 크리에이트 툴이다. 피보를 개발한 쓰리아이의 정지욱 대표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피보에 대해 “당신의 스마트한 카메라맨”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피보는 오토 트래킹 기술을 통해 360도 회전하는 스마트폰이 얼굴·움직임·사물을 따라다니며 대상을 촬영하는 스마트 팟”이라면서 “이전까지는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려면 대상을 따라다닐 카메라맨이 필요했지만, 피보의 오토 트래킹 기술을 이용하면 카메라맨 없이도 여러 각도에서 움직이는 대상을 트래킹하는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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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피보 팟(Pod)을 스마트폰과 연결해 촬영하기만 하면 된다. 피보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유튜브 라이브, 아프리카TV, V-LIVE, 네이버TV, 카카오TV,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오토 트래킹 기능 사용을 지원한다. 혼자서도 여러 각도에서 움직이는 대상을 트래킹하는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정 대표는 “피보만 있다면 이제 누구나 편하게 자신만의 개성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서 “특히 승마나 헬스 등 운동 강사부터 온라인 수업을 하는 학원 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피보의 최대 강점이다”고 강조했다.
피보는 2018년 글로벌 최대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시작으로 첫선을 보였다. 당시 펀딩 금액은 58만 5000달러(약 6억 7000만원). 상위 0.2%에 속하는 펀딩규모였다. 2019년에는 글로벌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서 약 160만달러(약 18억 4000만원)를 펀딩받았다. 이후 쓰리아이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5배 이상 늘어난 약 17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미국 온라인 애플스토어와 아마존 유럽에 입점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 4월에는 국내에도 피보를 출시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쓰리아이는 2018년 ‘스마트 디바이스 전국 공모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아기유니콘(기업가치 100억원 이상)에 이름 올렸고, 올해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한 ‘2021 관광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에도 선정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창업 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내년에는 피보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에서 피보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 대표의 구상이다. 그는 “현재 약 20만명의 피보 사용자를 내년까지 100만명까지 늘리는 게 1차 목표”라면서 “액티브 유저들이 지속해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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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갤럭시S1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 출신이다. 퇴사 후 영진전문대에서 교수를 역임한 그는 안정적인 삶 대신 스타트업에 발을 들였다. 2016년 쓰리아이를 창업, 이듬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C-LAB(C랩)에 선발됐다. 당시 내놓은 제품은 국내 최초의 부동산 가상현실 솔루션인 ‘YouVR’이었다. 정 대표는 “전문가 도움 없이 정보기술(IT)에 지식이 적은 일반인도 공간을 360도로 촬영하고,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VR플랫폼이었다”이었다고 회상했다.
기대와 달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공인중개사 중 ‘YouVR’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1%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던 영향이 컸다. 정 대표를 포함한 쓰리아이 임직원들이 마케팅이 아닌 기술중심의 인력구조로 편성되어 있었던 것도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정 대표는 빠르게 피봇(Pivot·방향전환)을 결심했다. YouVR 서비스의 핵심적인 두 기술을 나눠서 시장에 각각 출시했다. 실제 공간을 가상현실 공간처럼 찍을 수 있는 기술인 ‘피보’는 B2C 시장에, 피보로 찍은 가상현실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 기업 시설물 관리 솔루션 ‘비모’(Beamo)는 B2B 시장에 각각 내놨다.
특히 비모는 국내 한 대기업과 일본 1위 이동통신사 NTT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가상세계에 쌍둥이처럼 그대로 구현해내는 기술에 대기업들이 주목했다. 정 대표는 “평면도를 펴놓고 특정 공간에서의 작업을 지시하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VR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축된 디지털 공간에서 작업 지시를 내리고 결과물을 보고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업 실패의 경험은 쓰리아이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도 만들었다. 공동대표 체제가 그것이다. 정 대표는 기술책임을, 또 다른 공동대표인 김 켄은 글로벌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다. 인력구조도 글로벌하게 바꿨다. 쓰리아이에는 미국, 호주,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29개국의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70여명의 글로벌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또한 직급과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르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등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갖췄다. 정 대표는 “쓰리아이는 글로벌 문화를 지향하며 수평적 관계를 중시한다”면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인재들과 함께 세상을 혁신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글로벌 조직 문화를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