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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株소설]'피크 아웃' 논란 고점서 등판한 중국…경기 흐름 뒤집을까?

고준혁 기자I 2021.07.13 05:50:00

12일 아시아 증시, 가치주 중심 상승…"''리스크온'' 회복"
주요국 서프라이즈 하락서 中 9일 지준율 0.5%p↓ 발표
"실제 효과 의구심…실물 경기 기대감 커지는 정도"
''가격 매력 가치주 사라'' vs ''줄여야''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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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등판 첫날 기세는 좋습니다. ‘피크 아웃(Peak-out)’ 시름을 덜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조치 얘깁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원자재와 경기민감 주식들을 밀어 올리며, 경기 회복 둔화 우려로 애매했던 주식시장 분위기를 밝게 돌려놨습니다. 그러나 중장기적 효과에 대해선 아직 미지수로 여겨집니다. 지준율 하락이 곧 완화 기조로의 전환을 의미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향후 전망은 다소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중국이 유동성 공급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보는 측에선 경기민감주를 추천합니다. 반면 테이퍼링(자산 매입 우려)에도 금리가 거꾸로 가는 채권시장의 현재 흐름에 집중할 경우엔, 오히려 경기민감주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의견도 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는 논쟁으로 회귀한 모양새기도 합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경축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 12일 원자재, 경기민감주, 신흥국 강세…‘리스크 온’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89% 상승 마감했습니다. 전 거래일 1.07% 하락을 대부분 되돌렸습니다. 건설업이 2% 넘게 올랐고 뒤를 이어 은행과 철강·금속, 섬유·의복, 금융업, 보험, 증권, 운송장비, 비금속광물, 유통업 등 이른바 리플레이션(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물가가 일정 부분 오르는 현상) 관련주가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약 7686억원어치 사들이면서 7월 순매도 규모를 확 줄였습니다. 외국인은 7월 들어 전 거래일까지 약 3조원 가량 코스피200 선물을 팔았습니다. 코스피200 선물은 아시아 주식시장의 프록시(Proxy·대용 지표)로 인식됩니다. 중국 상해는 0.67%, 심천은 1.98%, 홍콩 항셍지수 0.61%, 대만 가권은 0.87% 각각 올랐습니다.

전 거래일인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또한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다우 지수가 1.3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13%, 나스닥 지수가 0.98% 각각 상승 마감해 모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S&P500 기준으로 보면 역시 에너지(2.01%), 소재(2.01%), 산업재(1.62%), 경기소비재(0.79%), 필수소비재(0.58%) 등 경제 재개 관련 업종이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지난 7일 1.2%대까지 내렸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9일 종가 기준 1.35%대를 회복했습니다. 구리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각각 1.8%, 2.3% 오르는 등 원자재도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92.116으로 마감해 지난 7일 장중 92.808에 비해 약세로 전환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147.00원으로 마감, 전 거래일 대비 0.18% 내렸습니다.

종합하면 전형적인 리스크온(위험자산 선호) 신호가 나타난 것입니다. 원인으로는 중국의 지준율 하락이 지목됩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리스크온 기조를 회복해 3250선 회복을 시도 중으로, 중국 지준율 0.5%포인트 인하에 따른 유동성 공급 등에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출처=한국거래소)
◇ 처져 있는 시장에 ‘中 지준율 인하’란 작은 활력소

지난 9일 중국 인민은행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5일부터 금융회사 지준율을 0.5%포인트를 내린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금융 회사 평균 지준율은 8.9%로 내려갔습니다. 이례적인 조치입니다. 코로나19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지역 중 하나인 중국은 완화 기조란 대부분 국가의 흐름과는 다른 긴축 기조를 유지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준율 인하는 15개월 만입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구조조정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경기 전반 리스크를 무리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지준율 인하가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속도 조절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하반기 경기부양 기조 전환도 기대해 볼 수 있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중국의 지준율 하락이 아주 강력했기 때문에 시장이 리스크온 한 것은 아닙니다. 기저효과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지수는 둔화하고 있고, 중국은 이미 마이너스(-)대로 진입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 걱정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융시장에선 벌써 성장을 걱정하고 있다”며 “인플레 피크, 성장률 피크, 정책 피크 가능성까지 모든 게 피크란 우려가 나왔고 미국 10년물 금리는 1.3%대까지 밀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준율 하락 자체의 ‘힘’도 크지 않은 걸로 평가됩니다. 지난 6월 말 중국은 예금 금리 개혁을 발표합니다. 예금 기준 금리의 1.5배가 예금금리의 상한이었다면, 개혁안은 예금 금리에다 0.75%를 가산한 숫자가 새로운 상한이 되게끔 변경했습니다. 효과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와 같은 단기 예금 금리 상승 및 장기 금리 하락입니다. 단기 금리 상승은 외화 자금 유출입을 방어하고 장기 금리 하락은 실물 경기를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짚어야 할 건 이번 개혁안에 적용된 0.75% 가산은 지방 또는 중소형 은행에만 국한됐다는 점입니다. 대형은행엔 0.5% 가산을 차등 적용해 중소지방은행만 지원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준율 인하를 하면 자연스레 돈은 지방중소기업으로 흘러가게 되며, 유동성을 공급해도 자국 통화 가치 절하를 어느 정도 상쇄해 달러 유출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지준율 인하에도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7일 6.50에서 이날 6.47선까지 하락했습니다.

예금 금리 개혁-지준율 하락 정책이 세밀하고 구체적인 만큼, 광범위한 유동성 공급 효과는 작을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음 달 수천억달러의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만기도 예정돼 있어, 실물 경제에 풀릴 위안화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 성명서에서 “통화 정책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견지하면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 등을 재차 언급했습니다. 지금의 긴축 기조를 완화로 확 바꾸는 게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투자상품서비스) 본부 부부장은 페이스북에 “실제 부양 효과는 미미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면서 “다만 지난달 중국 신규 위안화 대출과 사회융자총량(TSF)이 느는 등 예상을 넘는 신용 확대 소식이 들려온 것을 감안하면, ‘당국 스탠스가 살짝 바뀌면서 실물 경기 부양에 힘이 실릴 수 있는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민감주 더 사라” vs “차익 실현 기회”…결국은 ‘인플레냐 디플레냐’

이번 지준율 인하의 해석 방식 등에 따라 투자전략은 갈립니다. 우선 중국의 부양책 강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성장률 둔화 전망을 감안하면 중국도 결국 경기 부양과 관련된 정책의 미세조정을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주 대비 경기순환주가 저가 매력은 충분한 상태로 여기다 중국의 정책 노선이 부양으로 일부 변화할 수 있단 점까지 더하면 반등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민감 업종의 반등이 예상되지만 이번 기회에 더 사는 것보단 줄이는 게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이 금융과 소재에선 빠지고 헬스케어 등으로 이미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볼 때 테이퍼링 대비 사전 작업이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단 관점입니다.

그는 “중국의 지준율 인하 소식은 분명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며 이번 주 리플레이션 관련 주식 반등이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업종별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상황을 보면 오히려 8~9월 테이퍼링이 확인될 때까지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유는 이미 통제되지 않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준이 의지와 관계 없이 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인 ‘나쁜 테이퍼링(bad tapering)’의 가능성은 낮아졌단 것으로, 8~9월 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번 지준율 인하란 이슈를 걷어내고 봐도 양측 주장이 유효하단 점입니다. 경기민감주는 최근 몇 주로 보나, 과거 10년으로 길게 보나 성장주 대비해서 부진해 왔습니다. 성장주는 경기 피크아웃 이후 희소성의 원리로 강세를 보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지준율 인하의 중요도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방증이면서도, 이밖에 요인이 본질적임을 의미일 수 있습니다. 관건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사이클이 얼마나 강하고 지속되느냐 여부로, 결국 인플레냐 디플레와 연결되는 것입니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지난 8일 트위터에 작성한 미국채 10년물 금리 전망과 관련한 글. (출처=트위터)
최근엔 디플레 주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단 전망과 테이퍼링을 앞두고 있음에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계속 내리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 3월 10년물 금리가 1.77%대를 넘으며 연중 최고점을 달성할 당시에도 “금리는 하락할 것”이란 뚝심 있는 주장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3월 2일 보고서에서 “내년 1월 미국 10년물 금리는 -0.5%일 것으로 높아 봐야 1%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속해서 인플레는 없다고 주장한 스티븐 메이저 HSBC 글로벌 채권 리서치 헤드도 “올해 말과 내년 말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 전망은 각각 1.0%로 유지한다”고 전했습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들어 미국채 10년 금리가 1.2%대까지 반락한 건 단기간 숏커버링 탓의 과도한 하락이었단 걸 인정하면서도, 과거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 확대범위를 두고 아직 금리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단 일각의 주장은 접근이 너무 단순하단 생각”이라며 “올해 상반기 금리 차 확대구간에선 리플레이션 관련 주식의 강세가 두드러졌지만, 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일드커브가 눕는 과정에선 다시 성장과 꿈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주식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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