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 맥주는 톡 쏘는 탄산맛부터 거품, 깔끔한 목 넘김까지 일반 맥주와 매우 비슷하다. 게다가 주류가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간단한 성인인증만 마치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해 미성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무알코올 맥주가 청소년들의 음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잘못된 음주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무알코올 맥주라 할지라도 일반 맥주와 동일한 용기에 담겨있는데다 음주의 형태로 마시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마셔서는 안되는 성인용 음료”라며 “무알코올 맥주는 진짜 맥주를 마셔보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는 등 청소년들의 음주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을 부추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석산 원장은 “청소년들이 무알코올 맥주를 접할 경우 ‘술을 마셔도 괜찮다’거나 ‘분위기를 내려면 술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술에 대한 긍정적 기대는 올바른 음주관이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시중에 판매되는 무알코올 맥주 절반 가량에 소량의 알코올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7년 발표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알코올 맥주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무알코올 맥주 32종(국내 제조 2 ? 해외 수입 30) 중 16종에 최대 1% 미만의 알코올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주세법상 알코올이 1% 미만일 경우 술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알코올이 0.001%든 0.999%든 무알코올 맥주는 술이 아닌 혼합음료나 탄산음료로 분류된다. 그러나 일반 맥주의 알코올 함유량이 5% 내외인 것에 비하면 1% 미만인 무알코올 맥주의 기준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김석산 원장은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알코올의 영향을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소량일지라도 신체 및 정신적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무알코올 맥주가 청소년들의 모방 음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들 제품의 알코올 함량 기준과 온라인 판매 규제를 더욱 엄격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른 나이에 음주를 시작할수록 뇌 손상이나 호르몬 이상 등 성장 발달에 대한 장애 위험이 커지고 성인이 되어서 물질 남용이나 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청소년기 음주가 성인이 된 이후까지 영향을 주는 만큼 청소년들 스스로도 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단순한 호기심에 무알코올 맥주를 구매하거나 마시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