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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연의 패션톡]화이트셔츠의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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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19.02.22 05:00:00
[김자연 구찌코리아 플래그십 총괄이사]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엄마는 늘 패션 아이콘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마른 체형에 키가 컸던 엄마는 기본 셔츠에 스트레이트 팬츠만 입어도 맵시가 났다. 단정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엄마는 유독 셔츠를 즐겨 입었다. 그중에서도 화이트 셔츠를 차려 입고 외출을 할 때면 우아한 백조 같았다. 그런 엄마의 영향인지 나도 화이트 셔츠를 좋아한다.

평범해 보이는 화이트 셔츠는 자유로운 변화가 가능한 패션 아이템이다. 기본형의 화이트 셔츠는 지적인 이미지와 함께 자유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화이트 셔츠는 실루엣, 옷깃의 모양과 폭, 단추의 갯수와 위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단순히 단추를 풀고 소매만 걷어 올려도 분위기가 바뀐다.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 ‘프렌치 보그’의 전 편집장이자 전직 모델인 카린 로이펠트(Carine Roitfeld)는 “셔츠는 반드시 소매를 대충 걷어 입어야 한다”며 화이트 셔츠의 자유로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화이트 셔츠는 ‘남성’과 ‘선택된 사람들’의 옷이었다. 셔츠는 본래 남성 상반신용 속옷이었다. 셔츠의 어원으로 알려진 ‘스키르타(Skyrta)’는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 간단히 입는 것을 뜻한다. ‘셔츠(Shirt)’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은 16세기에 이르러서다. ‘와이셔츠’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일본인들이 화이트 셔츠(와이트 셔츠)를 줄여서 부른 데에서 유래했다.

18세기까지 속옷으로 통했던 화이트 셔츠의 지위가 향상된 건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다. 앞쪽 단추를 여미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겉옷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겉옷으로 탈바꿈한 화이트 셔츠는 부의 상징이었다. 정기적으로 세탁을 해야만 입을 수 있는데, 부유층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웠다.

화이트 셔츠의 대중화는 20세기 초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이뤄졌다. 전통적인 관습의 붕괴로 화이트 셔츠의 상징과도 같았던 커프스 링크가 캐주얼한 단추로 바뀌면서 옷차림이 한결 편해졌다. 또 1930년대 캐서린 햅번이 매니시 룩을 유행시키며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화이트 셔츠가 여성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화이트 셔츠는 당시 주류 문화를 흡수하며 다양한 형태로 변형됐다. 디스코 문화가 융성하던 시기에는 둥그런 어깨선을 강조한 퍼프 소매 셔츠가 인기를 끌었다. 미니멀리즘이 주목을 받자 단추를 안쪽으로 숨겨 간결한 실루엣 형태로 발전하기도 했다.

화이트 셔츠는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다. 럭셔리 브랜드 베트멍이 긴 소매의 화이트 셔츠로 오버사이즈 열풍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화이트 셔츠는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입는 사람은 물론 디자이너에게도 무한한 영감을 주며 자유롭게 발전했다. 화이트 셔츠처럼 기본이면서 화려하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은 흔치 않다. 화이트 셔츠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고 자유로운 우리의 삶과 닮았다. 오늘도 나는 화이트 셔츠를 입고 집을 나선다. 우아하고 당당하고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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