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설립된 오마이컴퍼니의 사명에는 ‘수많은 사회적기업을 내 회사처럼 생각하고 도와주자’는 뜻이 담겨있다. 지난 2일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성진경(47) 대표는 오마이컴퍼니를 “사회적기업을 위한 사회적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오마이컴퍼니의 미션은 ‘사회적경제와 시민자본을 잇는 채널’이다. 말 그대로 사회적기업과 투자자·후원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사회적기업뿐 아니라 쉽게 투자받기 힘든 작은 스타트업이나 농식품·예술 분야의 어려운 기업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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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컴퍼니의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후원형 프로젝트’다.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담거나 캠페인을 통해 사회문제를 환기시키는 프로젝트를 기업들이 기획하면 시민들이 후원금을 모은다. 후원금을 낸 시민들에게는 제품과 서비스 등의 리워드가 제공된다.
또 하나는 ‘증권형 프로젝트’다. 업력 7년 미만의 비상장 주식회사가 대상이다. 시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투자금은 증권으로 발행돼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관리된다. 증권발행조건에 명시된 납입일이 되면 투자금과 수익금을 돌려받게 된다.
성 대표는 10년간 다닌 유명 증권회사를 그만두고 유엔의 유네스코 포럼 자료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문화·예술 분야 크라우드펀딩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사회적기업과 크라우드펀딩을 연계하는 현재 시스템을 구상했다.
오마이컴퍼니는 현재까지 1600개 가량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6년부터 시작한 증권형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50여개가 진행됐다. 증권형·후원형 프로젝트 모두 약 5~7%의 펀딩수수료를 제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수익 구조가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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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오마이컴퍼니가 단순히 기업을 돕는 크라우드펀딩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성 대표는 지난해 13회가 진행된 ‘제주워킹홀리데이’ 프로젝트를 좋은 사례로 꼽는다.
제주워킹홀리데이는 청년들이 2주간 제주에서 돈을 벌며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 중 4명이 현재 제주에서 취업해 살고 있을 만큼 반응이 좋다.
지난 8월 전남 목포 달리도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청년 20명이 태풍이 오기 전 1주일 동안 달리도에서 생활하며 무화과 수확을 돕고 섬을 여행했다. 수도권에만 집중된 청년들의 관심과 기회를 지방으로 돌려보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다.
“길이 만들어지는 곳을 따라 마을이 활성화되는 꿈을 꿉니다.” 지난 2017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난 후 ‘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성 대표는 최근 ‘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길이 조성되면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마을이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성 대표의 설명이었다.
오마이컴퍼니는 올해 민간인 통제구역인 DMZ 근처에 평화와 관련된 길을 조성하거나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지(태백산)부터 서울까지 이어지는 길을 조성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성 대표 개인적으로는 ‘순례자 학교’를 만들어 청년들을 걷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꿈도 꾸고 있다.
성 대표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은 무얼까. 그는 “일반 기업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나름의 방향과 속도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의 과제들을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성 대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1기 출신이다. 8년 전 함께 1기로 활동했던 녹색친구 김종식 대표나 2기 인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와는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독서 모임을 갖는다. 공동 프로젝트도 종종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경쟁사로 볼 수도 있는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비플러스와의 협업도 서슴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으니 성 대표는 “서로 위안을 받는다”고 답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가만이 가질 수 있는 훈훈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