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사장님의 또다른 선택..19년형 토요타 시에나 4WD

오토인 기자I 2018.12.16 06: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 토요타 시에나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7인승 RV이다. 중상층 가정에서 가족 여행을 갈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차량이다. 일본 토요타 브랜드를 달고 나왔지만 완벽히 미국에서 만들어진 미국 사람을 위한 차로 볼 수 있다. 개발도 토요타 미국법인이 하고 생산도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모델도 전량 미국 생산 차량이다. 일본차 특유의 검증된 내구성과 뛰어난 상품성으로 미니밴의 본고장인 북미시장에서 토종업체들을 제치고 ‘북미 최고의 패밀리카’에 등극하기도 했다.

시에나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13년이다. 2011년 미국에서 공개된 3세대 시에나로 토요타코리아는 고급 사양인 7인승 모델만 들고 와 의전 및 패밀리카 용도의 프리미엄 미니밴 시장을 공략해 인기를 끌었다. 이를 의식한 기아차가 카니발 7인승 리무진 모델을 출시해 맞대응 했고 혼다코리아도 부랴부랴 오딧세이를 들여왔다. 어느새 치열해진 틈바구니 속에서 시에나는 요즘도 매달 80여대 정도가 꾸준하게 팔린다. 특이한 것은 기사를 두고 타는 사장님들의 전용차로도 수요가 꽤 있다. 2열 시트가 럭셔리할 뿐 아니라 편안해서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올해 3월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3.5세대로 소위 말하는 ‘끝물’이다. 외관을 손보고 최신안전장비를 더하는 등 상품성을 대폭 키웠지만 모델 체인지 주기가 긴 편에 속하는 미니밴 특성상 구형의 느낌이 곳곳에 남아있다. 시에나가 아직도 통하는 경쟁력은 무엇인지 꼼꼼히 들여다 봤다.

전체적인 외관은 2011년 첫 출시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내 거주성을 높이는데 최적화한 전형적인 미니밴의 디자인이다. 첫 눈에 눈길을 확 끄는 디자인 요소는 거의 없다. 어찌 보면 너무 평범하다. 토요타의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캠리와 비슷한 인상을 풍긴다. 사다리꼴 모양의 그릴이 가뜩이나 넓은 차를 더 넓어 보이게 한다.

그래도 헤드램프에 블랙배젤과 LED 주간 주행등을 추가해 요즘 차 느낌(?)을 냈다. 휠 안쪽도 검은색으로 칠해 세련미를 더했다. 사이즈는 18인치지만 휠 하우스가 넉넉해서일까. 방사형 디자인 임에도 실제 크기보다 작아 보인다. 전면부의 변화에 비해 후면부는 테일램프 그래픽이 살짝 수정된 것 이외엔 변화가 없다.

스마트키를 들고 실내로 들어선다. 고급 미니밴 답게 스마키트키 버튼으로 양쪽 슬라이딩 도어를 원격으로 개방할 수 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스마트키 재질에 저급 플라스틱이 사용됐는지 싼티(?)가 느껴진다. 한 세대 전 토요타 브랜드 차량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는 좁은 주차장에서 유용하다. 뚱뚱한 차체로 인해 주차 후 운전석 하차가 힘든 상황에서 편리하게 사용했다. 운전석이 아닌 2열 도어로 내리면 된다.

시에나는 외관보다 실내에서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짙은 색의 우드그레인과 무광재질의 플라스틱, 브라운컬러의 가죽이 고급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전 4세대 아발론과 유사한 운전자 중심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이다. 운전석을 포근하게 감쌀 뿐더러 조수석을 포함한 승객석과 운전석을 분리한 느낌도 든다. 도어트림에도 팔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해 암레스트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옵션인 통풍시트는 없지만 스티어링 휠 열선은 갖췄다. 내비게이션은 다행히 터치패드가 아닌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수입사 자체 제작 내비게이션을 버리고 국내 애프터 마켓 제품을 사용한 점은 칭찬할 만 하다. 다만 센터페시아가 상당히 넓다 보니 7인치 모니터가 상대적으로 빈약해보인다. UI 그래픽과 한글폰트는 깔끔하지만 내용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는 것과 북미모델에는 있는 어라운드 뷰가 빠진 점, 낮은 후방카메라 화질은 아쉬운 부분이다.

윈도우는 운전석만 상하향 오토, 나머지는 내려가는 것만 오토다. 모두 동일한 ‘A’표기를 적어놓아 보는 이를 설레게 만들었다.

북미사양이 그대로 들어와서일까. 일부 북미형 차종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불편 역시 그대로 옮겨왔다. 대표적으로 사이드 미러다. 전동 접이식 사이드미러를 적용한 것은 좋지만 시동을 키거나 껐을 때 자동으로 펼쳐주는 기능이 없다. 심지어 시동을 끄면 버튼이 작동하지 않아 사이드미러 접는 것을 깜박했다면 다시 시동을 켜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미니밴 답게 수납공간은 넘친다. 조수석 정면에 자리잡은 크래쉬 패드 안에도 별도 공간이 마련됐다.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콘솔박스는 2L 생수병이 들어갈 정도로 넉넉한 용량을 자랑한다. 컵홀더와 USB충전구 2개가 마련된 뒷부분을 연장해 2열 승객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앞서 말한 소소한 단점은 뒷좌석에 오르는 순간 상쇄된다. 시트배열은 ‘2+2+3’방식의 7인승 구조다. 2열 독립식 시트는 레그 서포트가 더해져 플래그쉽 세단에 버금가는 편안한 승차환경을 누릴 수 있다. 사장님이 기사를 두고 타는 쇼퍼 드리븐 차로도 쓰임새가 안성맞춤이다. 2열은 8인승 우등버스의 시트보다 더 편안했다. 수동식 블라인드도 제공된다.

3열 시트 역시 방석부분이 짧긴 하지만 성인남성이 장거리를 이동하는데 불편이 없다. 3열에도 수동식 블라인드와 컵홀더를 마련했다. 뒷부분의 커버를 열면 수납공간과 함께 2개의 USB충전구를 마련했다. 모바일 기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3열 승객의 편의까지 챙기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차체가 크다 보니 트렁크는 확실히 넉넉하다. 3열 시트만 접어도 뚜껑형 김치냉장고 정도는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시트가 차체 바닥으로 수납되는 구조다. 그 덕에 시트를 펼치면 바닥에 깊은 수납공간이 생긴다. 유모차나 골프백 등 세로로 긴 짐을 넣기에 딱이다. 6:4 분할 식으로 접혀 필요할 일부만 펼쳐 승객을 태울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3열 시트가 무거워 접고 펼때 힘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주행에 나섰다. 묵직한 중량을 통해 얻어지는 부드러운 승차감이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시트는 2열이 가장 편안하지만 승차감은 무게가 쏠려 있는 1열이 오히려 낫다. 아이러니다.

3.5L V6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운 질감과 정숙성,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러운 8단 자동변속기가 실내공간의 편안함을 이어나간다. ‘미니밴은 이래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수입산 가솔린 미니밴이 국내에 소개된 이후 카니발 역시 가솔린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생각보다 디젤 미니밴의 소음과 진동에 지친 소비자가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대출력도 301마력에 달한다. 큰 덩치를 여유롭게 밀어붙인다. 시종일관 부드럽지만 속도는 재빠르게 올라간다.

네바퀴를 굴리는 AWD 시스템이 탑재됐다. 주행안정성을 높여 요즘 같이 미끄러운 노면이 잦아지는 계절에 상당히 유용하다. 다수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는 차량 성격 상 4륜구동의 적용은 시에나의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다. 특히 기아 카니발에 비해 월등히 우세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4륜구동이 적용된 차량은 9인승 ‘어반’ 라인업을 추가해 고급 미니밴 시장에 뛰어든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와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두 차종 모두 파트타임 4륜구동) 두 차종 뿐이다.

전자식 스티어링 휠은 속도에 따라 적당히 가볍고 무거워져 운전이 수월했다. 여성운전자도 무난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적은 힘으로 조향할 수 있게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다만 감각은 최신 차량에 비하면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는 편.

스티어링 휠 뒤에 붙어있는 칼럼식 스위치로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TSS(Toyota Safety Sense)’로 명명된 토요타의 주행안전패키지가 적용돼 차간거리 조절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이탈방지보조 시스템도 갖췄다. 단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아닌, 차선을 이탈하면 스티어링을 안쪽으로 살짝 튕겨주는데 그친다. 그냥 두면 핑퐁으로 차선을 이리저리 넘나든다. 절대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

앞다퉈 반자율 주행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세계 자동차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이유는 기계는 ‘사람의 고유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토요타의 철학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시승한 렉서스 ES300h에는 타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반자율 주행이 탑재됐다. 같은 지붕 아래 있으면서도 서로 의견이 안 맞나 보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길에 연비를 체크하기로 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퇴근길 서울을 통과해 인천공항까지 간 뒤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경기도 양주까지 약 170km를 운행했다. 평균연비는 8.7km/L가 나온다.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에 AWD까지 탑재한 것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디젤에 비해 경제성은 열세지만 가솔린 엔진이 주는 편안함을 생각하면 마땅히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이다.

3일 간 경험한 시에나는 충분히 현역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SUV열풍이 정점에 달하면서 다양한 사이즈의 SUV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니밴 못지 않은 3열 공간을 갖춘 대형 SUV도 그 중 하나다. 카렌스나 올란도 같은 중소형 MPV 시장은 이미 SUV에 눌려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미니밴 또한 고유 영역을 위협받고 있다. 카니발과 오딧세이가 아닌 팰리세이드나 트래버스 같은 대형 SUV와 경쟁해야 한다.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다. 국내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기아 카니발의 경우 7인승 풀옵션 기준 3.3L V6 가솔린 모델 풀옵션이 4149만원, 2.2L 디젤모델이 4,395만원으로 시에나와 약 1000여 만원의 가격차이가 난다. 풍부한 편의사양이 장착된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선택할 수 있는 가격이다.

물론 미니밴의 역할에 충실한 안락한 승차감은 대형 SUV가 절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발군이다. V6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운 질감과 카니발에는 없는 AWD 시스템 역시 장점이다. 온통 카니발 천지인 우리나라 미니밴 시장에 지친 소비자에게 시에나는 분명 좋은 대안이다.

한줄평

장점: V6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운 주행질감과 안락한 승차감, 든든한 AWD 시스템

단점: 사골 느낌 나는 디자인, '그 돈이면 차라리...' 신차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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