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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상 자동차는 고속도로 등에 주·정차를 해서는 안되고 부득이하게 차를 세울 때는 안전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화물공제조합은 당시 소방차가 이 두 가지 의무를 다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인에게 20~30%의 과실책임이 있다며 보상금액 낮춰 책정한 것이다.
화물공제조합은 보상액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상실수익을 산정하면서 고인이 정식 소방관이 아닌 소방 교육생이었다는 이유로 ‘일용직 근로자’ 소득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구조훈련 중 숨진 예비 소방관에 과실책임을 묻고 보상은 일용직 근로자를 기준으로 했다는 얘기다. 화물공제조합은 화물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운송사업자들이 사고 시 배상책임 부담을 덜기 위해 설립한 공제조합이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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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는 위험방지 위한 차량 규정 없어 면책 불가
화물공제조합의 판단근거는 도로교통법 제 64조 및 시행규칙 40조다. 이에 따르면 경찰의 지시에 따르거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일시 주·정차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속도로 등에서 주·정차를 할 수 없다. 만약 주·정차를 할 때는 안전삼각대 등 사방 500m 지점에서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조합 측은 해당 사건에서 정차한 소방차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화물공제조합 관계자는 “소방차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차량’이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는 조항은 없다”며 “과거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제설차량이 유사한 사고를 당했을 때 안전표지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에게 30%의 책임을 물었던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상실소득 기준을 일용 근로자 단가로 산정한 근거에 대해서는 “자동차공제 약관상 직전 3개월치 급여를 제출해야 하는데 교육생이라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유가족은 현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차원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탓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관인 고인에게 과실책임을 지운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법 개정이 되지 않고서는 면책은 쉽지 않다”며 “대한변호사협회에 소송비와 법률자문 등 지원을 요청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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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중 순직한 소방관은 최근 5년간 19명에 달한다. 각종 화재·구급현장 속 강도 높은 근무환경 탓에 소방관 10명 중 6명은 건강이상자다. 반면 처우는 열악하다. 각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지방직인 탓에 지자체 재정상황과 단체장 관심도에 따라 인력, 복리가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지방직인 소방 교육생은 임용예정계급 1호봉의 80%를 급여로 받는다. 반면 국가직 교육생들은 임용예정직급 1호봉 100%를 준다. 이 때문에 교육기간 중 문양이 받은 급여는 약 120여만원으로 화물공제가 책정한 일용 근로자 급여보다도 낮다.
순직 소방관과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배려 또한 실망스러울 정도다.
지난 2011년 고양이를 구조하다 순직한 고(故) 김종현 소방관은 인명구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당했다가 유가족의 법정 다툼 끝에 겨우 3년 후에나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지난 5월 구급활동 중 주취자의 폭행과 폭언 등의 영향으로 순직한 고(故) 강연희 소방경은 해당 사건에 따른 후유증과 한 달 후 스트레스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험직무순직이 아닌 일반 순직으로 분류됐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무리 민간 공제회사라고 해도 제설차량과 소방차량을 같은 범주로 놓고 보상기준을 정한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의 생명을 걸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소방 공무원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법 적용과 대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