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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경찰은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쟁취하고 숙원이던 ‘수사권 독립’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경찰 비대화의 견제장치인 자치경찰제는 내년부터 서울·제주·세종에서 시범 시행된다. 그렇다고 검찰이 허수아비로 전락한 건 아니다. 부패, 경제·금융, 공직자, 선거 범죄와 경찰 비리 등의 특수사건은 직접 수사하고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정과 재수사·보완 수사 요구 등 다양한 통제 수단을 여전히 움켜쥐고 있다. 영장청구권과 기소권 독점도 달라진 게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수사권 조정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경찰이 이미 샅샅이 수사한 내용을 검찰이 또다시 파헤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비대한 권한으로 사회정의 구현에 앞장서기는커녕 정권 눈치 보기에나 급급하고 나아가 특권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검찰 공화국’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자초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두 권력기관의 밥그릇 싸움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다시 말해 검찰과 경찰이 권력의 시녀 노릇이나 하는 적폐를 과감히 청산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수사기관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져나온 드루킹사건 당시 늑장 부실수사로 국민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준 게 바로 검찰과 경찰 아니던가.
집권층의 자세도 바뀔 필요가 있다. ‘정치검찰’과 ‘정치경찰’을 활용하지 못해 안달하면서 수사권 조정 정도로 두 기관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검찰과 경찰이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기를 바란다면 청와대부터 두 수사기관에 대해 엄격한 정치 중립성을 지키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