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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민만 바라보라

논설 위원I 2018.06.22 06:00:00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담화 및 서명식에서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검찰과 경찰은 수직적인 관계에서 상호 협력의 수평적 관계로 바뀐다. 박상기 법무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어제 이러한 내용의 합의문에 정식 서명함으로써 해묵은 논쟁을 마무리지었다. 검경의 관계 재설정을 통해 권한의 분산과 상호 견제를 유도한다는 게 핵심 내용으로,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4년 만이다.

이로써 경찰은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쟁취하고 숙원이던 ‘수사권 독립’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경찰 비대화의 견제장치인 자치경찰제는 내년부터 서울·제주·세종에서 시범 시행된다. 그렇다고 검찰이 허수아비로 전락한 건 아니다. 부패, 경제·금융, 공직자, 선거 범죄와 경찰 비리 등의 특수사건은 직접 수사하고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정과 재수사·보완 수사 요구 등 다양한 통제 수단을 여전히 움켜쥐고 있다. 영장청구권과 기소권 독점도 달라진 게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수사권 조정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경찰이 이미 샅샅이 수사한 내용을 검찰이 또다시 파헤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비대한 권한으로 사회정의 구현에 앞장서기는커녕 정권 눈치 보기에나 급급하고 나아가 특권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검찰 공화국’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자초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두 권력기관의 밥그릇 싸움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다시 말해 검찰과 경찰이 권력의 시녀 노릇이나 하는 적폐를 과감히 청산하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수사기관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져나온 드루킹사건 당시 늑장 부실수사로 국민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준 게 바로 검찰과 경찰 아니던가.

집권층의 자세도 바뀔 필요가 있다. ‘정치검찰’과 ‘정치경찰’을 활용하지 못해 안달하면서 수사권 조정 정도로 두 기관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검찰과 경찰이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기를 바란다면 청와대부터 두 수사기관에 대해 엄격한 정치 중립성을 지키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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