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대표가 나서서 영입 시도했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한 달 장고 끝에 후보직을 고사함에 따라 지방선거 핵심지역인 서울시장 후보는 여전히 공석이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복수의 유력후보를 접촉하고 있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앞서 홍정욱 헤럴드 회장 등이 잇달아 손사래를 쳤던 터라 한국당으로선 이미 체면을 구길대로 구긴 상태다.
서울시장 예비후보 공천 심사면접을 본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는 서울시장 전략공천 방침에 “정치 사기”라고 정면 비판했다. 김 전 총영사는 1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원래부터 전략공천 예정이었다면 서울시장 후보를 왜 공모했나”라며 “1995년 서울시장 직선제 도입 후 한국당은 그 전신이 되는 당에서부터 자유경선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는데 이를 홍 대표가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친박근혜계인 서병수 현 시장을 전략공천한 부산지역에선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라는 강수를 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시대적·반개혁적 길을 걷다 망한 새누리당의 전철을 답습하는 한국당이 참 안타까울 뿐”이라며 “중도에 후보사퇴를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완주 의지를 다졌다.
그는 “시민을 우습게 알고 선거 때면 오만하고 교만한 공천을 하는 정당에 이제는 정치 아웃을 선언할 때”라고도 했다. 18대 의원 출신으로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오르는 등 친홍계로 분류됐지만, 공천에서 배제되자 이 전 최고위원 역시 홍 대표를 직격한 셈이다.
‘계속 심사지역’인 경기도에서 남경필 현 지사 등과 경쟁중인 박종희 전 의원도 변수다. 그는 지난 14일 공천 면접심사장에서 “경선이 진행됐을 때 나중에 수긍하느냐에 대해 당에서 합당한 이유로 공천한다고 하면 수긍하지만 합당한 이유 아니면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경선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공천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당은 공식적으로 이들의 반란 혹은 반란 예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부산의 경우 재선에 도전하는 서병수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간 박빙 승부 전망이 높은데도 이 전 최고위원의 무소속 출마에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홍준표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부산의 조원진”이라고 전했다.
전국 정당을 자임하고 있지만, 선거비용 보전 기준인 ‘득표율 15%’를 충족시키기 힘든 전북, 전남지역은 공천 신청자조차 없다.
당 일각에선 ‘안 풀리는 공천’에 홍 대표 책임론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전략을 제대로 못 짠 것 같다”며 “특히 부산은 1% 득표율이 아쉬운 판이 될 수 있는데 박민식 전 의원, 이 전 최고위원 등에게 경선 기회를 줘서 나중에 돕는 모양새라도 보이게 했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선 가능성도 고려대상이겠지만 지금 영입되면 ‘홍준표 사람’으로 비칠 수 있는데, 비호감도 높은 홍 대표가 영입한 인재로 남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선대위로 전환하고 홍 대표가 뒤로 빠져야 한다”고 했다.
이 와중에도 홍 대표는 ‘선거 두 달 전 공천 완료’를 주문하고 있다. 신속히 공천을 마무리지어야 반발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낮추고 선거운동을 내실 있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대표는 이날 ‘6·13 지방선거 중앙시도당 맑은 공천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공천을 완료해야 야당으로서 선거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인재 선발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