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사각지대' 카톡선물·게임캐시에 세금 물리나(종합)

최훈길 기자I 2018.03.13 05:00:00

모바일상품권 1조원대로 판매↑
백화점 상품권과 달리 인지세 0원
유통 불투명, 비자금 악용 우려도
기재부, 업체에 인지세 부과 검토
이르면 7~8월 세법 개정안에 반영
카카오·SK·KT, 넥슨·넷마블·NC 대상
소비자 가격에 세금부담 전가 우려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돈까스, 케이크, 커피 등 음식들을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다. 카톡 선물하기는 모바일 상품권으로 분류되지만 백화점 상품권과 달리 인지세가 부과되지 않아, 정부가 업계에 과세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 때처럼 업계가 소비자 가격으로 과세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할 전망이다. [출처=카카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인에게 카카오톡으로 케이크 등을 선물하면 인지세 형식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리니지 같은 모바일 게임을 할 때 현금처럼 사용하는 캐시를 사면 인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관련 상품권 매출이 급상승하는데 모바일 업계가 오프라인 업계도 내는 인지세를 한 푼도 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가 과세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할 수 있어 소비자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조원대 모바일 매출 올리고도 인지세 0원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이 같은 인지세법 및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카톡 선물하기 등 모바일 상품권에 과세를 하는 방안을 종합 검토 중”이라며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7~8월 세법 개정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도 “모바일·온라인 상품권에 인지세를 부과하는데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며 “빠르면 연내에 정부나 의원 입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세는 재산의 이전 및 유통거래에 과세 돼 ‘유통세·문서세’라고 불린다. 상품권에도 인지세가 붙는다. 심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국세청·기획재정부·한국조폐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품권(온·오프라인) 총발행 규모는 11조3457억원에 달했다. 이 중 모바일·온라인·전자형 상품권 규모는 1조7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인지세도 올라가게 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출처=카카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온라인 상품권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모바일 상품권 주요 3사(카카오·SK플래닛·KT엠하우스)의 거래액은 2014년 2376억원에서 2016년 7901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카카오(대표 임지훈)는 지난해 1700만명 이상이 ‘카톡 선물하기’를 이용해 2010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게임 캐시 시장도 급성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업계 매출액·영업이익(2월 집계 기준)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넷마블게임즈는 매출액 2조4246억원(영업이익 5096억원), 넥슨은 매출액 2조2987억원(영업이익 8856억원), 엔씨소프트는 매출액 1조7587억원(영업이익 5850억원)을 기록했다.

과세당국의 고민이 깊어진 것은 이 같은 모바일·온라인 상품권 시장이 커지면서다. 모바일 상품권에는 인지세가 부과되지 않는 ‘과세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1만원권 이상 ‘종이 상품권’에만 건당 50~800원씩 인지세가 붙는다. 백화점 서점 등 오프라인 업체만 인지세를 내는 것이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게다가 1999년에 상품권법이 폐지된 이후 발행·유통과정은 더욱 불투명해졌고 소관부처도 뿔뿔이 흩어졌다. 상품권이 뇌물·비자금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업계는 난색..전문가 “소비자가격 인상 안 돼”

심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정확한 발행량조차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신유형 상품권에 대한 인지세 과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카카오에 모바일 상품권 거래가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다각적인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는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상품권 과세에 대해 “과거 정부에선 인지세를 오프라인 페이퍼에만 적용했다”며 “(내부에서) 관련 정책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캐시 발행량은 영업비밀”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업계 매출을 볼 때 부과될 수 있는 인지세 규모가 크지 않다. 상품권 거래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며 “업계가 소비자에게 간접세 비용을 전가하지 않도록 과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선물하기, SK플래닛 기프트콘, KT엠하우스 기프티쇼 거래액. 국회 입법조사처는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모바일 상품권 등 신유형 상품권의 연간 발행 추정액은 지난해 1조7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출처=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국감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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