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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원격 의료 등 ‘스마트시티’ 사업 박차
지난 1월 29일 오후 찾은 선전시 룽강구의 화웨이 본사는 그리스 건축 양식과 거대한 커튼월로 이뤄진 최첨단 건물 등이 어우러져, 미국의 대학 캠퍼스나 고급 리조트를 연상시켰다. 화웨이 선전 본사는 서울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약 200만㎡(60만 5000평) 대지 위에 A~K까지 모두 11개 구역으로 나눠져, 4만여명의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 중 60% 가량이 R&D 인력이다. 본사 내부에는 각 구역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쉴새 없이 직원들을 실어 나른다.
영국 런던에서 브랜드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화웨이에 입사했다는 조시(24·여)는 “다양한 국가 인재들이 모이다 보니 중식은 물론 양식, 일식, 태국식, 할랄(아랍) 음식까지 구내식당에 모두 준비돼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한국에선 스마트폰 제조사로만 알려져 있지만 △캐리어 비즈니스(유·무선 네트워크) △컨슈머 비즈니스(모바일 디바이스)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ICT 인프라) 등 3개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는 화웨이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지만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이 결합한 스마트시티(Smart City)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IT·전자박람회 ‘CES 2018’의 화두도 바로 스마트시티였다.
화웨이는 본사 내부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스마트시티 전시관을 마련하고 다양한 관련 제품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이 곳에선 원격 의료 시스템과 안면인식 데이터 검색 및 클라우딩 시스템, 스마트 거버넌스(정부 효율화 시스템), 스마트 철도·항공 시스템 등 실용화 단계에 이른 스마트시티 제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특히 원격 의료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엄격한 의료 및 개인정보 수집·활용 등의 규제 탓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첸스 화웨이 ICT솔루션 리더는 “중국은 넓은 나라이고 의료시설이 전혀 없는 시골에선 원격 의료가 꼭 필요한 기술이라 정부 규제나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거의 없다”며 “종합병원과 전문클리닉, 가정용 등 3단계로 나눠 원격 진료, 건강 체크, 의사 간의 정보 교환, 환자 정보 등을 통합 관리해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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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0여년 만에 전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한 DJI의 성공도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운 선전의 사업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2006년 엔지니어 출신인 프랭크 왕이 설립한 DJI는 원래 무선 조종 헬리콥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플라이트 컨트롤러(기체가 비행하도록 모터를 제어하는 장치)’를 만들던 회사였지만, 보유 기술 활용해 드론을 직접 제작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서울과 달리 드론 등 무인항공기의 비행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선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27억 달러(약 3조원)을 기록하며 불과 5년 새 100배 이상 성장한 DJI는 또다시 드론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DJI는 선전시 난산구에 자율주행용 센서를 개발하는 R&D 센터를 마련하고 관련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R&D 투자로 DJI의 부품 자체 생산율은 탑재 카메라를 포함해 100%에 육박하고 있다.
석지현 DJI 매니저는 “드론에 자율주행 센서를 적용해 산업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개발한 신제품은 비행 중 장애물이 나타나면 스스로 회피하고 변경된 경로까지 계산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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