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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업계 분위기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빅 2’가 최근 잇달아 연 기업설명회에서 철강재 가격 인상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면서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주요 냉연·후판(두께 6mm 이상 두꺼운 철판) 값 인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자동차·조선 등 수요산업 시황을 고려해 인상 시기를 저울질 했으나 철광석·원료탄 등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부담감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주요 수요기업들과 올 상반기 냉연·후판 가격 인상 재협상에 돌입한다. 지난해 10월 하반기분 후판 가격을 1톤(t)당 5만원 인상키로 합의한지 약 3개월 만에 다시 추가 협상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철광석은 지난해 4분기 1톤(t)당 약 60달러에서 최근 10달러가량 상승했고, 원료탄도 2016년 1분기 톤당 81달러 수준에서 현재는 5배 이상 오른 220달러 수준이다.
철광석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중국 환경규제에 따른 철강 생산 감축 우려로 철광석 수요가 감소해 1t당 6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뒤 가격이 올라 70달러 선을 돌파했다. 올 1분기에는 중국 춘철에 따른 재고비축 수요 증가와 서호주에서 발생한 태풍으로 인해 일시적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평균 1t당 70~7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원료탄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 1t당 200~240 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철강업계는 최근 3년간 1t당 50만원 초반 대에 머무는 등 업계 상황을 감안해왔지만 현재 대외환경을 볼 때 더 이상 가격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업 활황 당시에는 1t당 100만~110만원 대를 형성해왔다.
포스코는 “조선업체들이 올해 건조 스케줄을 앞당겨 강판에 대한 신규 발주가 늘고 있다. 후판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이같은 회복세를 감안해 올 1분기 중 가격인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26일 기업설명회에서 “원자재 가격이 뛰어오른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올 1분기 내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반면 올해 ‘실적 보릿고개’에 직면한 조선업계는 추가 가격 인상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인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주요 조선 3사의 매출은 전년보다 30% 감소했으며, 올해 매출도 약 20%가량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며 “추가 가격 인상이 단행되면 적자수주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국내 완성차업계 1위 현대·기아차도 나란히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2017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1년 만에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 이상 급감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부진을 겪었다.
이에 합의점을 찾더라도 인상폭은 낮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철강사 관계자는 “관례상 올 상반기 가격협상은 이미 작년 하반기에 도출했어야 했다”며 “이번 추가 협상은 지난해 이상의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