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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박근혜 돌대가리', '문재앙', 그리고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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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18.01.25 04:20:0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네이버가 댓글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이버 댓글은 인신공격과 욕설, 비화와 혐오의 난장판이 돼버렸다”며 “익명의 그늘에 숨어 대통령을 ‘재앙(문재앙=문재인+재앙)’으로 부르고 (문 대통령) 지지자를 농락하는 건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가상화폐 및 부동산 대책,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댓글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문꿀오소리로 알려진 지지층의 댓글 장악력은 떨어지면서 댓글을 조작한다는 의혹까지 받는다.

네이버는 억울하다며 분당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인터넷에선 네이버 페이 탈퇴운동, 네이버 웹툰 절독, 네이버 블로그 계정 삭제 등의 행동강령까지 공유된다.

네이버가 클릭을 반복하도록 명령해 기사에 대한 반응을 조작할 때 사용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했는지는 경찰 수사로 밝혀질 일이지만,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전개될까 걱정된다.

추 대표 말대로라면 네이버가 ‘문재앙’을 검색 노출에서 배제해야 하는데, 2013년 초 ‘박근혜 돌대가리’ 논란 때와 비교하면 ‘주어’만 바뀐 느낌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네이버에 ‘박근혜 돌대가리’라는 연관검색어를 지워달라고 신고했지만,‘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우지 않았다.

네이버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자동완성 및 연관 검색어’ 삭제 문제는 판사·교수 등이 참여하는 KISO 정책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린다. ‘박근혜 돌대가리’의 경우 단 1명의 위원만 문제 있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7명은 단순히 모욕이 아니라, 언론이나 토론회 등에서 신청인이 잘못 표현한 것을 비판한 것이니 공익과 관련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KISO라는 기구가 대통령 당선인이란 서슬 퍼런 권력에 직접 맞설 수 없던 네이버라는 민간 기업 대신 인터넷 세상의 가치를 지킨 셈이다.

그런데 KISO의 검색어 검증작업은 국내 포털 중 네이버에 대해서만 이뤄질 뿐이다.

다음이나 네이트, 구글 등은 참여하지 않는다. 카카오는 ‘다음 포털은 기계 알고리즘을 쓰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니 KISO 검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인터넷 세상과 만나는 관문국’의 역할을 하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했을 때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적 이슈 사건에 포털 기업 스스로 모든 이용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검색어 제외기준을 만들어 운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사정이 그러하기에, 카카오의 검색어 배제 사후 검증에 대한 미온적 태도는 더 강한 법적 규제를 촉발해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결과를 낳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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