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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지붕뿐인 집 한 채가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사실 지붕으로 보자고 작정해서 지붕처럼 보일 수도 있다. 비스듬한 기울기에 길죽한 나무토막을 차곡차곡 붙여낸 모양이며, 공중에서 묵직하게 떨어진 뭔가를 막지 못해 큼직하게 구멍 낸 모양까지 딱 그렇다는 말이니까.
작가 정승혜(37)가 애써 드러내려 한 건 심리적 풍경이다. 더 구체적으론 ‘현상에는 늘 상상과 실제란 이중성이 나란히 들어 있다’는 상징이다.
폐목재를 잔뜩 들여와 공간맞춤으로 제작한 ‘무제’(2018)도 상상과 실제의 경계에 들어 있다. 나무란 과거지향적 소재가 주는 안온함, 폭격 맞은 듯 뻥 뚫린 상처가 주는 불안감을 동시에 품은 작품. 유년기의 기억에 현재라는 시간을 엉켜놨더니 거대한 조형물을 생겼단다.
내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복합문화공간에무서 여는 개인전 ‘포레누아’에서 볼 수 있다. 폐목재. 가변크기. 작가 소장. 복합문화공간에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