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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필호 기자] “우리는 반도체 기술 전문기업이 아닙니다. 중고장비 거래를 중개하는 종합 솔루션 업체입니다. 반도체 장비를 사거나 팔려는 업체들은 가장 먼저 우리를 떠올리죠. 이것이야말로 서플러스글로벌의 경쟁력이 아닐까요.”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140070) 대표는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업’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분야 1위 기업이다. 지난 2000년 회사 설립 후 여러번의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마케팅 스타강사, 창업 실패 끝에 B2B시장 정착
김 대표가 회사를 현재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것은 IT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고 과감히 사업에 뛰어든 결과다. 사회 초년생 시절 잘 나가던 회사 두 곳을 거쳐 해외통상 관련 전문직 공무원으로 일해 온 김 대표는 인터넷 열풍이 불던 1990년대 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강연에 나서면서 IT 1세대 스타강사가 됐다. 그는 “당시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 글을 썼더니 재계와 학계에서 강연 제안이 이어졌고 유명세를 탔다”고 회상했다.
그렇지만 시련은 곧 찾아왔다. 스타강사에 만족하지 않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1년 만에 실패의 쓴 맛을 봤다. “23억원을 투자받고 B2B 시장으로 뛰어들었는데, 투자자금을 모두 날리고 40명이던 직원은 6명으로 줄어든 겁니다. 이후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B2B 시장에 모든 잉여 장비를 거래하는 토탈서비스업을 시작했고, 결국 전자업종에 집중한 끝에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업을 시작했죠.” 회사는 비약적 성장세를 보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두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김 대표는 “2007년까지 매출이 두 배로 오르니, 오만해지더라”며 “몇백억의 빚을 얻어 베팅했는데 금융위기가 왔다”고 회상했다. “당시 부채비율이 400%에 달하면서 매출 95%가 날아가는 상황이었어요. 밖에서는 회사가 망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오히려 저는 이를 악물게 되더군요.”
그렇게 길었던 인내는 보상을 안겨줬다. 김 대표는 “한 번만 더 승부를 걸어보자고 풀베팅을 했는데 그게 맞아떨어졌다”며 “가격이 떨어진 중고장비를 대량 구매했는데, 금융위기가 해소되면서 투자가 몰렸고 가격이 다시 크게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 지형 변화…주도권 잡는다
반도체 중고장비 거래 시장은 그간 반도체 전방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덩치를 키우고 있다. 김 대표는 “반도체 시장에 후행하는 중고장비 시장은 3조원 규모에서 최근 2년 사이에 4~5조원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중고장비시장에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반도체 중고장비시장은 세계적으로 1000개 회사가 딜러마켓에서 활동하고 있고 국내에는 300개 회사가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세계시장 1위는 서플러스글로벌이다. 김 대표는 “고객들을 상대로 단순히 매입·매각만 하기보다 장비의 이상을 점검하거나 배송 등 적극적인 서비스를 하며 고객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도체 중고 장비 시장은 빠른 성장세와 함께 주도권도 금융회사에서 전문 딜러에게로 넘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이 자본집약적이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 당시 금융권 리스회사가 시장을 주도했다”며 “하지만 2005년부터 시장의 주도권이 금융회사에서 트레이딩에 강한 딜러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리스회사는 금융사 특유의 보수적 방식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시장 활황에 힘입어 실적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15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54억원, 142억원이었고, 2016년엔 1001억원, 196억원이었다. 2017년 증권가에서 제시한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1090억원, 230억원, 올해는 1396억원, 279억원에 이른다. 2016년엔 이큐글로벌을 인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회사가 23% 성장을 했고, 앞으로 10년간 20% 추가 성장을 목표로 한다”며 “향후 3년 동안은 회사 현금흐름이 괜찮아 추가 인수합병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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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서플러스글로벌 대표직을 포함해 3개의 명함이 있다. 다른 명함은 그가 지난 2012년 설립한 ‘함께 웃는 재단’이다. 재단은 발달장애인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회사 일에서 물러나면 사회적 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명함은 작가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그는 바쁜 와중에서 시간을 쪼개 실크로드 관련 국가를 여행하고 관련 글을 틈틈이 쓰고 있다. 그는 “실크로드 역사 연구를 하면서 컬럼니스트 활동을 한다”면서 “시간을 내서 실크로드 역사를 공부해 경영자 입장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김정웅 대표는
김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한 이후 코오롱상사와 한라자원에서 회사원으로의 길과 공무원으로 순탄한 길을 뒤로 하고 2000년 서플러스글로벌을 설립했다. 이후 17년간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최고경영자(CEO)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 회사를 업계 최고의 위치로 올렸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그는 실크로드 관련국가를 방문하며 글을 쓰고 있으며 출판 계획도 세우고 있다. 특유의 장기적 계획을 통해 회사에서 물러난 이후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한편 본격적인 역사 저술가로의 활동까지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