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증권시장부 최정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내걸면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지배구조원)은 지난 2002년 설립 이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해도 생겼다. 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기금 등에 돈을 받고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스튜어드십코드 제정위원회 간사이면서 코드 이행 점검까지 하다보니 이해상충 논란이 있단 지적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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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여의도 기업지배구조원에서 만난 조명현 지배구조원 원장은 이런 논란에 억울해했다. 조 원장은 “마치 의결권 자문서비스로 떼돈을 버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행 점검도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하겠다는 기관이 몇 개인지 통계를 낸 뒤 공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원은 기업 지배구조와 사회책임을 연구하기 위해 탄생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상장회사협의회 등이 매년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되고 의결권 자문서비스로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은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직원도 37명에 불과해 의결권 자문서비스로 돈을 벌 수 없는 환경이란 설명이다.
◇“의결권 자문서비스 무상으로 금투협 등에 제공할 것”
조 원장은 이해상충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공공재처럼 활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공공재처럼 활용하는 것은 어떤 방식인가
=현재는 국민연금 등의 기관투자가가 요구한 기업에 한해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해줬다. 물론 그것도 하겠지만 앞으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500여개 기업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간단한 의견 및 사유를 제시한 보고서를 금투협 등에 제공해 금투협이 회원사들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비용 부담으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꺼리는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의결권 자문서비스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지배구조원은 2012년부터 의결권 자문을 시작했는데 현재 추정키로 10억원에 불과하다. 서울 시내 치킨집 가맹점보다 시장규모가 작을 것이다. 의결권 자문서비스가 가격 기준으로 계약이 체결되는데 이런 식이라면 의결권 자문 시장은 커질 수 없다. 양질의 의결권 서비스와 스튜어드십코드는 같이 가야 한다.
-공공재처럼 의결권 자문을 제공하면 의결권 자문이 외려 제값을 못 받을 수 있다
= 공공재처럼 제공하는 것은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 그 이유 등으로 아주 짧은 메시지에 불과하다. 기관투자자가 더 자세한 것을 알기 원한다면 제값을 주고 의결권 자문기관과 계약을 맺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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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어드십코드, 재계는 규제라 하고..기관투자자는 의지 없어
조 원장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코스피 지수가 2600~27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스튜어드십코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재계를 이를 ‘규제’라고 읽고 기관투자자는 ‘귀찮은 일’로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구조원은 금융투자협회와 상장회사협의회 등 이해관계가 다른 곳으로부터 분담금을 받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은 관련 연구용역 입찰이 네 차례나 무산되는 등 예상보다 속도가 느리다.
= 의지가 없는 것이다. 다만 100%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CIO) 등이 선임되면 속도를 낼 것이다.(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위탁 자산운용사들도 자동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선언했으나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의결권 행사만이 스튜어드십코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투자한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건설적 대화를 계속하라는 것이 스튜어드십코드다. 정기적으로 이사회 멤버들과 얘기하라는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기업 탐방과 다르다.
-재계에선 스튜어드십코드 등 지배구조 개선을 규제라고 인식한다. 2006년 기업과 소송도 불사했던 장하성 펀드 등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관여) 펀드의 기억 때문 아닐까.
= 인게이지먼트 펀드와 다르다. 해외 인게이지먼트 펀드들은 스튜어드십코드의 (경영간섭에 대한) 기준이 너무 낮아 가입하지 않는다. 인게이지먼트 펀드보다 훨씬 강도가 약하다. 잠자는 거인을 깨워서 포지티브 인게이지먼트(positive engagement, 긍정적 관여)를 하라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 간섭만 하고 괴롭히는 것이라면 우리보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먼저 도입한 영국, 일본 등에선 주가가 왜 두 배 가량 올랐겠는가.
-재계로부터 분담금도 받으면서 그들이 규제처럼 느껴지는 지배구조 개선 업무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거 같다.
= 이의제기가 수없이 들어온다. 그래서 이해상충이 있는 상장회사협의회 등을 분담금 내는 기관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배구조원이 한 해 상장회사협의회로부터 받는 돈은 3000만원 수준인데 전산용역비 등으로 대부분의 돈을 다시 돌려주고 있단 게 조 원장의 설명이다.)
◇ ESG평가에 `정성평가` 넣을 것..“감사위원 등 1시간씩 인터뷰”
조 원장은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ESG평가에 따른 투자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ESG에 쏠리고 있어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지배구조원은 ESG평가에 정성평가를 넣어 평가시스템을 더 고도화할 방침이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투자처가 별로 없고 활용도도 낮다.
= 전 세계 펀드의 30%가 ESG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선 국민연금 정도만 책임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컨퍼런스에 참석했는데 해외에선 확실히 ESG투자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보스턴에 한 투자회사는 직접 연락해 우리가 낸 ESG보고서를 번역해서 팔라고 하더라. ESG점수가 높은 회사들에 대한 글로벌 투자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ICGN회의에 삼성물산(028260) 쪽에서 처음으로 참석했다. 기업들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배구조원이 추가로 해야 할 일은 없는가.
=ESG 평가를 고도화하겠다. 지금은 정량평가 위주로 하고 있는데 ESG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정성평가를 7월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왜 포스코(005490)가 A+등급이냐고 하는 지적도 있다. 직접 인터뷰 위원으로 참석해 감사위원장, 감사위원, 사외이사 등을 각각 한 시간씩 인터뷰할 것이다. 만약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그 이유 등을 묻고 등급에 반영할 것이다. 9월부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평가도 실시한다. 금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제도는 포르쉐다. 갖출 것은 다 갖췄다고 본다. 문제는 운전 수준이 포드라는 것이다. 기업들과 기관투자자들도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규제로 느낀다. 기업 가치를 높이면 주주들한테도 이익이 돌아가고 기업 가치도 높아지고 지속가능성이 커진다. 삐딱하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볼 때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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