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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한국에 온 뒤로 가장 자주 들은 질문이 ‘몇대 팔겠느냐’였다”며 “벤츠는 신뢰를 통한 고객 만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대다수는 전월 대비 또는 전년 대비 얼마나 더 팔았느냐에 목을 멘다. 매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연말에는 인심쓰는듯 할인율을 제시하며 밀어내기식 판매에 나선다. 소비자들은 애프터 서비스도 인프라도 갖추지 않고 판매에만 급급한 수입차 서비스 정책을 욕하면서도 할인률에 속아 덥석 구매하기 일쑤다.
실라키스 사장은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에 큰 이슈였던 디젤게이트 여파로 독일 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면서 “벤츠가 타격을 입지 않았던 것도 신뢰를 통한 만족을 끊임없이 추구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벤츠 브랜드 가치 인정하는 고객 늘었다”
신뢰를 통한 고객 만족을 위해선 첫 번째로 좋은 성능과 기능, 디자인을 갖춘 차가 필요하고 두 번째로는 우수한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자동차 회사가 차를 팔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잠재 고객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벤츠와 같은 수입차는 서비스센터와 전시장 등이 내수 업체 대비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실라키스 사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벤츠 코리아는 딜러사와 함께 투자해 42곳의 전시장, 48곳의 서비스센터, 820개 워크베이를 확충했다. 덕분에 서비스 예약 대기 기간은 평균 5.1일에서 2.6일로 줄었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 만족부문’과 ‘2016 한국품질 만족지수’의 수입 자동차 A/S 서비스 부문 1위에 선정됐다.
그는 “판매량 1위에 오른 것보다 품질 만족지수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더 기뻤다”면서 “벤츠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하는 고객들이 늘어났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실라키스 사장은 “국내 11개 공식 딜러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딜러사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도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서비스 개선 활동을 지속한다. 벤츠 코리아는 딜러사와 함께 2000억원을 투자해 연말까지 전시장 8곳, 서비스센터 7곳, 9개의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늘릴 계획이다.
그는 “성숙기에 접어든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문화는 분명히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취임 1년 반, 한국 오기 전보다 늙었다”
실라키스 사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소회(所懷)를 묻자 “취임 초기와 비교해 많이 늙은 것 같지 않냐?”고 되물었다. 당황하는 기자를 보며 그는 “한국시장은 고객의 기본적인 눈높이가 높고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 등에 민감한 곳이어서 힘들다는 뜻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대다수 수입차 업체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시장에서 성공한 모델은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라키스 사장은 “한국은 자유경제주의 국가인데도 하나의 토종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수입차는 물론 르노삼성 등 여타 자국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현대·기아차가 이전과 같은 수준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라키스 사장은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후배나 동료가 있다면 한국시장에서 일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면서 “그만큼 한국시장에서는 짧은 기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고 경험의 가치도 상당해 귀한 커리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시장임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건 벤츠 코리아 직원들 덕분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국과 그리스는 반도라는 지리적 공통점이 있어 국민 성향도 비슷하다”면서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기질인데 벤츠 코리아에 특히 이런 직원들이 많았고 덕분에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 더이상 제조업체 아냐…‘유연한 조직 문화 필요’
실라키스 사장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경직적인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조직문화가 다른 국가에 비해 경직돼 있는데다 자동차 회사가 제조업으로 분류돼 그런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최근 IT와 접목하면서 최첨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조직 문화도 유연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실라키스 사장이 취임한 이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이전보다 조금 더 활기차고 밝아졌다. 매주 금요일 오후엔 팀끼리 혹은 함께 일해야 하는 팀들이 피자를 먹으며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생겼다. 이 외에도 조직원들 간의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실라키스 사장의 ‘즐겁고 자유롭게 일해야 능률이 생긴다’는 지론이 낳은 변화다.
사장을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도 다른 기업들과는 사뭇 다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실라키스 사장과 대화하는 직원들의 태도는 편안하다. 그는 “동료같은 CEO가 나의 콘셉트”라며 지난해 연말 자신의 생일 파티 때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지난해 연말 송년회 겸 생일 파티로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드레스 코드는 아내가 맞춰준 파란색의 후드티였다.
그는 “일을 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함께 일하는 조직원”이라면서 “조직원들끼리 더 친근해지고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CEO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실라키스 사장은 한국의 정치와 사회 현상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사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에서 경제적인 압박을 하면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리스인들이 역사적으로 현명하게 행동한 일 중 하나”라면서 “결정을 계속 미루다보니 자연히 없던 일이 됐다”고 귀띔했다.
임기가 1년 반가량 남은 가운데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지역이 있느냐고 묻자 “개인적으로는 고국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직업으로 봤을 때는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한국과 같이 배울 것이 많고 역동적인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