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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집밖으로 나온 '혼술족'

김태현 기자I 2016.11.17 05:15:00

드라마 ''혼술남녀까지 최근 혼술족 급증
혼술족 매장, 안주양 줄이고 분위기 조용
소주·맥주 외 다양한 주류로 혼술족 겨냥

신촌에 위치한 ‘이름없는 선술집’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입사 1년 차 조은상(29)씨는 요즘 퇴근길에 집 근처 선술집을 자주 찾는다. 간판도 이름도 없는 이 선술집의 문을 열면 간신히 8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이 있다. 요리하는 주인은 한 명뿐이라 서비스가 늦긴 하지만 혼자 왔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청주 한 잔 마시면서 홀로 하루를 정리하는 일은 김씨에겐 이제 일상이다.

홀로 술을 마시는 이른바 ‘혼술족’들이 늘고 있다. 직장 회식이나 친구와의 술자리와 달리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 먹고 싶은 음식과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주류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7명은 혼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케이블 채널 tvN에서는 혼술족을 주제로 한 드라마 ‘혼술남녀’를 방영하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하기만 한 주인공 진정석은 홀로 갖는 술자리를 통해 하루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혜화동에 위치한 맥주 전문점 ‘독일주택’
◇매장·안주 줄이고…분위기는 조용하게

혼술족이 늘어나면서 혼술족을 겨냥한 주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특히, 혼술이 가능한 직장인과 대학생을 밀집돼 있는 원룸촌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혼술 주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혼술족을 겨냥한 주점은 대체로 매장이 크지 않고 조용하며 긴 바 테이블이 특징이다.안주 같은 경우에는 혼술족들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양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췄다.

서울 마포구 신촌에 위치한 ‘이름없는 선술집’은 정말 말 그대로 이름도 간판도 없다. 골목길에 있어 찾기도 어렵다. 12평 남짓한 공간에 8명이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만 놓여있다.

이름없는 선술집을 찾는 사람은 주로 신촌 근처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이다. 대학가와 직장인들이 많다보니 연령대도 낮은 편이다. 최근 들어 홀로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평일 저녁에는 10팀 중 4팀은 혼술족이다. 최근 혼술족을 위해 안주양을 줄이고 가격도 낮췄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독일주택’은 골목길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맥주 전문점으로 이름부터 혼술족을 겨냥했다. 독일주택은 맥주 본고장인 독일과 주택의 합성어이기도 하지만 ‘홀로 한잔의 술을 마신다’(獨一酒擇)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혼술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과 5곳으로 독립된 공간을 가지고 있다. 테이블도 다른 주점과 비교해 작은 편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퓨전선술집’(퓨전仙술Zip)은 호텔 주방장 출신인 사장이 운영하는 숙성회 전문점이다. 바 테이블과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5개가 있는데 공간이 협소해 등을 맞대고 먹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입소문 듣고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연산 숙성회이기 때문에 가격은 비싼 편이다. 대부분 싯가인데 평균 숙성회 한접시에 3만~4만원대다. 그렇기 때문에 숙성회에 가볍게 혼자 술을 마시고자 하는 혼술족들에게 인기다.

이름없는 선술집 메뉴판
◇혼술족 사로잡는 정종·와인 등 다양한 주류

혼술족들을 겨냥해 주점들의 주류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회식이나 모임에서 주로 소주나 맥주만 마신 만큼 혼자 술을 마실 때만은 다양한 술을 즐겨보겠다는 혼술족들의 요구 탓이다.

이름없는 선술집에는 소주와 맥주 외에 다양한 주류가 준비돼 있다. 준마이와 나마조조 등 일본 정종은 물론 올초 인기를 끌기 시작한 레몬사와 등 탄산주들이 구비됐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일본 선술집 ‘겐지’는 안주 메뉴판보다 주류 메뉴판이 더 많을 만큼 다양한 주류가 있다. 산토니와 발베니 등 위스키 4종부터 일본 정종 28종, 일본 소주 6종이 있다. 여기에 한국 증류식 소주 3종, 한국 청주 4종에 칵테일까지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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