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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3000만원 밑으론 팔지마"…아파트 부녀회 `집값 담합`기승

정다슬 기자I 2016.08.04 05:30:00

공인중개소에 매물 철회 요청도
전문가 "일시적 효과에 그칠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강북 지역 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입주민들이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과거 아파트 부녀회를 중심으로 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 높이기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1000여가구 규모의 A아파트에는 최근 이 아파트 부녀회 이름으로 ‘1평(3.3㎡)당 3000만원 이하로 아파트를 팔지 말자’는 내용의 게시물이 붙었다. 이 아파트는 연예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는 역세권 주상복합단지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3.3㎡당 2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신임 부녀회장이 취임한 것을 계기로 이 아파트 부녀회는 인근 일부 공인중개소들의 농간으로 아파트값이 아파트의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게 형성돼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부녀회는 “다른 아파트는 분양가가 3.3㎡당 4000만~6000만원까지 하는데 우리 아파트는 시세가 겨우 2000만원 정도”라며 “(일부 공인중개소가) 매물을 쉽게 팔기 위해서 우리 아파트값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 부녀회는 급기야 인근 공인중개소를 찾아 3.3㎡당 3000만원 이하 매물은 거둬달라며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주민들에게도 아파트를 급매로 내놓지 않도록 당부하는 한편, 특정 공인중개소를 이용할 것을 권유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부녀회가 주택 매매가격의 하한선을 정하는 것은 담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2006년에는 이 같은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서울·수도권에서만 58건의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처벌을 고려한 적도 있다.

비단 A아파트 뿐만 아니라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이런 형태의 가격 담합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서 조직적인 호가 끌어올리기 경쟁이 고개를 든 모양새다.

서울 강남 한 재건축단지 조합은 지난달 특정 공인중개소에게 특정 가격 이상의 매물 거래를 부추기고, 이를 성사시키면 수수료를 더 얹어주는 식의 계약을 유도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에는 송파구의 L아파트에서 가격 담합을 요구하는 부녀회 임원들과 이에 응하지 않는 입주민 간의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인위적인 아파트값 인상은 깜짝 효과에 그칠 뿐 수요와 공급이라는 장기적인 추세를 거스를 순 없다”며 “문제는 그 기간 동안 시장 가격을 왜곡시켜 실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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