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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올해 초 출판계에 종교인이 쓴 책과 종교인을 주제로 한 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성직자셀러’라 불리는 책들이 차례로 베스트셀러에 순위에 오르면서 신년 출판가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46주간 역대 최장기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운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를 정상에서 끌어내린 혜민의 신작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수오서재)과 법륜의 ‘법륜스님의 행복’(나무의마음), 7주기를 맞은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전기 ‘아, 김수환 추기경’(김영사)이 그 주역이다.
◇대중 공략한 종교인…혜민·법륜, 김수환
지난 1월 하순에 선보인 ‘법륜스님의 행복’도 출간과 함께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권 5위 안에 들면서 법륜스님은 ‘야단법석’ ‘스님의 주례사’ 등 전작에서 얻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선종 7주기를 맞는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를 다룬 전기도 출간돼 화제다. 간송 전형필과 혜곡 최순우 등의 전기를 낸 이충렬 작가의 ‘아, 김수환 추기경’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공식 인가한 최초의 김수환 추기경 전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판매에 들어간 ‘아, 김수환 추기경’은 출간되자마자 ‘성직자셀러’의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각박한 현실’ 스승 찾는 욕구 발현
성직자셀러가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자칫 길을 잃은 이들이 멘토를 찾고 싶다는 바람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는 “각박한 현실에서 스승을 찾고 싶다는 대중의 욕구가 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의 교리를 담은 현학적인 이야기가 아닌 마치 옆에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따뜻한 위로나 애정 어린 충고 등이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질 위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정신적 가치를 다시 한번 환기해준다는 점도 성직자셀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짚었다.
◇‘성직자셀러’ 부작용 지적도 적잖아
하지만 출판계에서는 성직자셀러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치열한 고민이나 저항정신을 불러일으키기보다 그저 주어진 상황을 피해가는 방법만 알려 준다는 것이다. 또 몇몇 인기있는 종교인을 통해 상업적인 의도가 빤히 보이는 기획물을 양산한다는 지적도 있다.
나무의마음의 이 대표는 “법륜스님이 책을 내면 50만부가 나가기도 한다”며 “이는 결국 현실과 맞닿아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출판계의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외국저자에게만 의존하는 독서편식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성직자셀러는 침체한 서점가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