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한 의료용 디지털 X선 영상 검출기(디텍터) 제조사 레이언스 현정훈(사진) 대표이사는 10일 경기도 화성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오바마케어(전국민 건강보험 의무화)’ 이후 의료기기 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해외에 의존하던 의료장비를 국산화해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강소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레이언스는 디지털 엑스레이에 들어가는 디텍터를 개발 및 제조, 판매하는 전문기업이다. 디지털 엑스레이 디텍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엑스레이 영상을 디지털 영상정보로 바꿔주는, 사람으로 치면 ‘눈’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치과CT 대박’ 바텍 핵심 자회사
치과용 CT ‘PaX-i3D Smart’를 작년 9월 출시한 이후 전세계에 1100대 이상 판매하며 히트 친 바텍(043150)이 레이언스의 모회사. 지난 7월 이 제품은 유럽 CE 인증을 획득하면서 유럽에 본격 판매를 개시했고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도 획득, 미국 수출길이 열린 회사다. 레이언스는 바텍에 디텍터를 납품하는 동시에 동물용, 산업용 디텍터를 제조해 독자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현 대표는 1984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SDI,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에서 25년간 일한 ‘삼성맨’ 출신이다. 삼성SDI에 입사해 LCD, LED 등을 개발했지만 하는 엔지니어 출신으로는 드물게 제조, 영업, 중국합자법인장 등 여러 분야를 두루 거쳤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로 옮겨서는 터치센서와 엑스레이센서를 개발하는 신규사업을 담당하면서 바텍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평생 디스플레이를 붙들고 일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엑스레이에 흥미가 갔다”며 “삼성에서 관련 사업을 더 해보고 싶었는데 당시 사업 파트너였던 바텍에서 제안이 와 함께 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시장 개척 위해 ‘맨땅 헤딩’
2010년 바텍의 디텍터 사업본부총괄 사장으로 직장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사실상 레이언스를 분사해 디텍터부문을 새로운 별도 기업으로 만드는 최고경영자(CEO) 역할이 그의 임무였다. 디텍터사업 중장기 전략을 짜고 새로 인력을 채용하는 등 회사 셋팅에 정신이 없었다. 모회사 바텍 납품 외에도 그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판매하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다.
그는 “삼성 시절부터 개발부터 현장, 제조, 계약 협상까지 두루 경험하다 보니 특정 구매처의 주문대로 만들어 주는 식의 일은 재미없을 것 같았다”며 “규모가 작더라도 직접 연구하고 개발해서 만든 제품을 세계로 판매하는 것이 목표였다. 메이저사들이 앞서 있긴 하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레이언스는 분사후 기존 치과용 디텍터에서 현재 의료용과 산업용 디텍터 분야로 본격 사업을 확대했다. 우선 문을 두드린 시장은 미국이었다. 동물용 디텍터 세계시장의 40%는 미국이 점유하고 있는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뿌리를 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2010년 말께 레이언스의 영업직원 1명, 기술지원 엔지니어 1명이 SUV 차량에 엑스레이 디텍터를 싣고 미국 전역 수만킬로미터를 달렸다. 병원 전화번호를 뒤져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찾아다니는 제품 투어를 1년 반가량 한 것이다.
현 대표는 “엑스레이는 선진국 업체만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어 한국산(産)을 선뜻 사지 않더라. 정처없이 떠돌아 다닌 지 1년여만에 우리 직원이 덴버 지역에서 판매에 성공한 것이 시작이었다”며 “경마장에서 말들이 한 번 뛰면 뼈에 실금이 갔는지 확인하는데 그전까지는 필름으로 찍고 현상을 해야 했다. 우리 제품은 디지털화가 돼 있어 실시간으로 말의 부상 여부를 알려줘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돌아봤다.
◇독자 기술력으로 동물용 디텍터 세계 1위 ‘기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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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일찌감치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독자적인 기술력 덕분이다. 널리 쓰이는 의료용 외에도 치과용·동물용·산업용 등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TFT(대면적)와 CMOS(소면적) 디텍터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 다양한 고객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다. 2013년에는 레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패널을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했으며 신틸레이터(방사선 검출에 사용되는 형광체)와 같은 디텍터 핵심 소재를 내재화해 기술과 원가 측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현 대표는 “현재 전세계 디텍터시장의 디지털 전환율은 15% 수준으로, 레이언스는 디지털에 대한 높은 잠재수요를 고려해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 향상을 꾀했다”며 “많은 후발 경쟁사들이 핵심 부품과 소재 기술을 외부에 의존하는 것에 반해 레이언스가 보유한 엑스레이 디텍터에 특화된 반도체 설계 및 TFT 패널 기술이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품질 구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레이언스의 상복은 이후에도 터졌다. 국내 최고 권위의 산업기술 시상식인 ‘2014 대한민국 기술대상’에서 유방진단영상용 고해상도 CMOS디텍터 기술로 은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선정됐다. 하반기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환자의 구강 형태에 따라 휘어지는 ‘벤더블 구강센서’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내년 초 코스닥 상장…“제조업 활성화 텃밭 일군다”
레이언스는 이달말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기업공개(IPO)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돼 투명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투자할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 대표는 “지금 하는 건 기본적인 것밖에 안 된다. 훨씬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고 설비라인 자동화, CMOS, TFT 등 다 장비 업그레이드 등 돈 들어갈 데가 많다”며 “다양한 틈새시장을 확보해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만 가자는 게 전략인데 새 시장을 발굴해서 들어가다 보면 아무래도 제품 개발비가 많이 들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30여년간 대기업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가 CEO로 변신한 이후의 삶에 대해서 그는 힘들지만 보람이 크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비해 인사, 재무, 영업 등 인프라 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긴 하지만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현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의 화두는 제조업이다. 우수한 제조사가 점점 없어지고 일자리도 사라지고 나라가 제대로 가겠는가 각계의 걱정이 많다”며 “금융, 증권 등 다른 산업도 모두 탄탄한 제조업이 바탕이 돼야 한다. 회사생활 30년이 넘었는데 차근차근 제조업의 터를 닦고 경험을 축적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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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훈 대표이사는… △1958년생 △1976~1980년 서울대학교 기계설계 전공 △1984~2008년 삼성SDI △2005~2008년 부산대 대학원 경영학 전공 △2008~2009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상무 △2010년 바텍 DR사업본부총괄 사장 △2011년 레이언스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