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도 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거치며 ‘미끼예산’이 대거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끼예산은 정부원안에는 1원도 편성되지 않았다가 국회에서 증액된 예산을 말한다. 연구용역비 등의 명목으로 일단 밀어넣은 게 상당수다.
국회의원들의 대규모 증액 요구도 많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농림축산해양수산식품위원회 등 지역구에 ‘선물’을 안겨줄 수 있는 인기 상임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예산정국 자체는 멈췄지만 물밑에서는 국회의원간 지역구 예산 경쟁이 치열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예산안의 낭비적 요소를 가리라는 국회 예산심의권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재정건전성 두고 정부를 질타했던 야당 역시 지역구 예산 증액에는 앞장서 빈축을 사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는 국토교통부·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새만금개발청 등에 배정된 당초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보다 2조4686억원 증액해 의결했다. 국토교통위의 이같은 예비심사는 국회 예산결산특위로 올라가 다시 심의를 거친다.
이데일리가 국토위 소관 국토교통부 예산안을 분석해보니 미끼예산은 무려 62건이었다. 특히 교통시설특별회계 도로계정(18건), 지역발전특별회계 경제발전계정(13건) 등 각종 도로의 신규 착공 혹은 노후 보수가 적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예산안 역시 국토위를 거치며 6건 신규 증액 반영됐다.
국회 한 관계자는 “각 상임위 예비심사의 증액은 재정 여건상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지역구 예산을 올리려는 노력 자체도 홍보가 되기 때문에 일단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둔 선심성 홍보성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식품위원회가 잠정 확정한 예비심사 결과 역시 정부원안(21조9970억원) 보다 2조3041억 오른 24조3012억원 규모였다. 농해수위는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의 예산안을 다룬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상임위다.
또다른 국회 관계자는 “농해수위는 쟁점이 뚜렷하게 없어 예산심사를 하는데 여야가 없다”면서 “(지역구 사정에 맞춰 적당히) 나눠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