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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李과장 "전세살며 오피스텔 월세 받아요"

이승현 기자I 2015.07.14 05:30:00

수익형부동산 新주류로 떠오른 30대
상가·오피스텔 계약자 20~30%차지
저금리시대 대출 쉬워져 미리 노후 준비

△저금리 시대를 맞아 30대 젊은층이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 3월 개관한 ‘마포 한강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 모델하우스가 수요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제공=대우건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전세 보증금 3억원짜리 집에 살던 대기업 과장인 이모(37)씨는 올해 초 전셋값을 5000만원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월세 100만원짜리 오피스텔에 새 둥지를 틀고 돌려받은 전세금 3억원을 종자돈으로 수도권의 한 상가를 5억원(보증금 1억원, 대출 1억원)에 분양받아 커피전문점을 입점시켰다. 이 커피숍에서 한 달에 나오는 임대 수입은 250만원. 매달 1억원에 대한 이자(2.9%) 25만원과 오피스텔 월세를 내고도 125만원이 남는다. 이씨는 자신의 월급과 임대 수익으로 대출을 갚아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향후 본인이 직접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계획까지 세우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남모(38)씨의 경우 올해 초 전셋집을 아파트에서 빌라로 옮기면서 남은 보증금 1억원을 종사돈으로 오피스텔 2채를 분양받았다. 2억원 정도 대출(연 이율 3.0%, 월 이자 50만원)을 일으켰지만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월세(120만원)를 감안하면 어렵지 않게 갚을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50~6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30대 젊은층이 새로운 투자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소형 상가와 오피스텔 투자에 나서는 30대가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진 것이다.

◇“계약자 10명 중2~3명은 30대 젊은층”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분양된 오피스텔과 상가 계약자 중 30대 비율이 20~30%에 이른다. 2~3년 전까지만해도 40~60대가 계약자의 90% 정도를 차지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경기도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의 경우 계약자 가운데 30대 비율이 27%에 달했다. 광교신도시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분양가(전용면적 41㎡의 경우 3.3㎡당 830만원대)가 저렴한데다 분양 조건(중도금 60% 전액 무이자)도 좋아 대출을 끼고서라도 매입하겠다는 30대 투자 수요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교적 낮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오피스텔을 뛰어넘어 진입 장벽이 다소 높은 상가 투자도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GS건설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짓는 ‘공덕 파크자이’ 상가 역시 계약자 중 30대가 24%를 차지했다. 상가컨설팅업체 관계자는 “30대의 상가 투자 상담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며 “본인은 전셋집에 살면서 상가만 벌써 3개째 투자한 30대가 있을 정도로 상가 투자의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30대 투자자들이 늘어난 원인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부모 세대가 부족한 노후 준비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리미리 수익형 부동산으로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강하게 작용한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로 대출이 쉬워진 것도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부채질하는 요소가 됐다.

◇“자금 여력 및 투자 성향 따져 투자 여부 결정해야”

그렇다고 30대 젊은이들이 무리하게 수익형 부동산 투자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30대 투자자의 특징을 보면 큰 비용이 들어가는 대형 상가보다는 1억~3억원으로 투자가 가능한 오피스텔이나 소형 상가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투자 여력과 소득 등을 충분히 고려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3월 분양해 30대 계약자가 18%를 차지한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분양가가 2억3000만~2억9000만원으로, 실투자 3000만원대(계약금 10%, 나머지 90%는 대출+보증금)면 분양받을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이다. 이 단지 분양소장인 이선용 대우건설 과장은 “예전에 비해 모델하우스를 찾는 30대 수요층이 눈에 띠게 늘어났다”며 “다만 3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투자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상담 건수 대비 계약률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30대는 40~5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투자에 실패했을 경우 회복이 쉽지 않다”며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본인의 자금 여력과 투자 성향을 꼼꼼히 따져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양한 수익형 부동산의 30대 계약자 비중 [자료=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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