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박용성 이사장이 두산그룹 계열사를 이용해 박범훈 수석이 있던 재단법인 뭇소리에 후원금을 냈다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주요 건물 공사를 두산건설(011160)에 몰아줘 대학 재정이 나빠졌다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두산건설은 중앙도서관과 약학대학, 기숙사, 중앙대병원 별관, 경영경제관(310관) 공사를 모두 수주했는데 중앙대는 내부 발전기금을 전용해서까지 공사대금으로 썼던 것이지요.
이런 공사 계약들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도 나와 있습니다. 한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두산건설은 2013년 8월30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중앙대와 1100억원 규모의 신축공사 계약(공사기간 2013년 9월2일~2016년 7월31일)을 체결했다고 나옵니다.
이 계약은 2014년 두산건설의 감사보고서 재무제표 주석에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으로 공시됐습니다.
하지만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정작 공사 계약을 체결했던 2013년의 감사보고서 재무제표 주석에는 이 거래 내역이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기업들은 종종 배임, 횡령의 수단이 되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을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고 일부러 빠뜨리기도 하는데 이는 회계기준 위반 행위에 해당합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만 보면, 2013년 두산건설과 중앙대 간의 공사 거래 과정에서 외부에는 공개하기 어려운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두산건설은 이런 의심에 대해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칩니다. 지금부터는 두산건설의 감사보고서가 왜 이렇게 작성됐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매우 복잡한 논리가 숨어 있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회계전문가들은 우선, 중앙대는 두산건설의 특수관계자가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이 때문에 2013년 감사보고서에는 중앙대와의 거래를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에 넣지 않은 것이지요. 이듬해에 둘 간의 거래를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에 넣고 공시한 것은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 실제로 특수관계가 성립돼서 그런 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래는 공시를 안 해도 되는데 회계정보 이용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공시했다는 얘기지요.
기업회계기준서에 따르면 박용성 이사장이 두산건설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면, 그가 이사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앙대는 특수관계자가 됩니다. 그러나 회계전문가들은 박 이사장의 경우 두산건설 보유 지분이 0.02%(2013년말 기준)에 불과하고 임원 자격도 없기때문에 두산건설에 대한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 두산건설과 중앙대 사이를 특수관계로 보지 않습니다.
중앙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이사장이 중앙대의 모든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보면, 두산건설과 중앙대는 특수관계로 엮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중앙대 이사장으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모든 의사결정을 혼자서 결정할 만큼의 지배력을 가질 정도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중앙대는 사립학교법인으로서 주식회사도 아니기 때문에 박 이사장의 지분율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듭니다.
쉽게 말해 회계전문가들의 결론은 박용성 이사장은 두산건설에서나 중앙대에서나 조직을 지배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두산건설과 중앙대는 특수관계가 아니란 얘기지요. 두산건설이 중앙대를 허물고 통째로 다시 건축하는 공사 계약을 체결한다 해도 감사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에 공시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회계 논리로만 보면 박 이사장은 이렇게도 지배력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막말’을 한 것도 지배력 없는 이사장의 권한 밖 언사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슬프지 않습니까. 현실은 지배력 없는 자들이 지배하려드는 세상임을 우리는 또 한번 보고 말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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