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보안 문제가 또다시 부각되면서 고객들 사이에선 계좌 이동을 촉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어 농협 내부에선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이에 이번 사고가 발생한 상호금융부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임종룡 농협금융지주회장은 25일에 이어 26일 연이틀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직원들에게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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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이번 사태로 발칵 뒤집혔다. 피해자가 직접 본인의 개인정보를 노출해 금융사기를 당한 이전의 사례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엔 사기꾼이 인터넷뱅킹에 비해 보안이 허술한 텔레뱅킹을 이용해 고객 통장에서 41차례에 걸쳐 직접 돈을 빼냈다. 현재로선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농협은 현재 부정거래를 잡아내는 금융사기 탐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사고에선 제 기능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11월25일자 41차례 돈 빼가도 몰라‥‘금융사기 탐지시스템’ 뚫린 농협 기사 참고)사고 원인은 아직 경찰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농협 내부의 과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농협도 이번 사태를 최대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부서장급 이상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했다. 연초 농협카드에 이어 이번에 농협상호금융에서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전 계열사에 비상이 걸렸다”며 “부서장급 이상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하면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조만간 경찰과 공조해 농협 내부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텔레뱅킹으로 돈을 이체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도 이번엔 어떤 정황 없이 사고가 났다”며 “경찰과 공조해 농협의 내부 통제시스템이나 보안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 농협상호금융 보안 도마
이번에 사고가 터진 상호금융은 농협금융의 계열사인 농협은행과는 별도의 법인이다. 농협은 2012년 지금의 농협은행을 설립하면서 관련 법에 따라 농협상호금융과 농협은행의 전산분리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까지 농협중앙회가 전산관리를 맡았는데 올해부터는 이 작업이 농협은행으로 이관됐다.
다만 보안체계는 농협은행이나 농협상호금융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보안체계는 상호금융이 농협은행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산을 담당하는 농협은행에 인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은 수신업무를 보는 직원이 보안업무을 함께 담당하는 등 업무중복으로 보안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농협금융은 금융사기를 잡아내는 시스템을 별도로 운영하지만 최첨단 시스템인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뒤쳐진다는 평이다. 농협금융은 내달부터 FDS를 은행에 적용한다. 현재 이 시스템은 농협카드와 대포통장 색출 시스템에만 장착돼 있다. 이번 사고는 이 시스템 구축 전 발생한 셈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에서 하루 1억 건가량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번에 발생한 사고를 사전에 걸러내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다만 앞으로 FDS가 구축되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