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는 영화 ‘명량’을 보기 위해 세종시 유일의 개봉관인 조치원 메가박스를 찾는 공무원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한산하던 조치원 메가박스는 ‘명량’을 보러 오는 공무원 덕에 오랫 만에 좌석이 꽉꽉 들어차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서재 깊숙히 꽂아놓았던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를 다시 꺼내 보기도 한다.
출간된 지 10년도 더 돼 먼지가 수북히 쌓인 책이지만, 명량을 본 후 다시 읽으니 새로운 감동이 전해진다고 한다.
난중일기(亂中日記)를 토대로 쓰여진 ‘칼의노래’는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시점부터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였던 노량해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름 휴가를 이순신 장군이 지키던 바다인 통영과 여수, 남해 등에서 보낸 공무원들도 눈에 띈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원래 해외 여행을 가려 했으나, 명량을 보고난 후 계획을 바꿨다”며 “아이들과 같이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쫓아가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 남해 일대에서 휴가를 보냈다”고 말했다.
관가에 부는 ‘이순신 열풍’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강력한 리더십의 지도자를 갈망하는 공무원들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라는 시각이 있다.
세월호 참사후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는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이 시대 지도자가 나아가야 할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관료들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있다고 본다. 관료들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해 민간에 대한 서비스를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자기성찰이 들어 있다는 의미다.
한 정부부처의 공무원은 “명량의 인기는 현 상황에 대한 반영 아니겠느냐”면서 “‘충(忠)은 백성을 향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는 명량의 대사가 가슴 깊이 와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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