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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든 전투함이든 설계도만 있으면….
우리 정부가 방위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해는 1969년이다. 1968년 김신조 등 무장공비 침투 사건,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등 북한의 대남도발이 집중되자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 정부는 이듬해인 1969년 제조업 육성과 함께 국방력 강화를 양대 주요 국가 정책으로 선정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무기체계 설계와 핵심 기술개발 능력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처지지만 제조 능력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주변국의 군비 증강으로 인해 내수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 인프라와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국제시장에 진출하면 방위산업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명품 무기로 손꼽히는 K-9 자주포는 북한에 열세를 면치 못하던 우리 포병의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해 1996년 탄생했다. K-9 자주포는 무기 수출시장에서의 돌파구를 마련한 무기이기도 하다. 2001년 터키에 K-9의 핵심부품 6억 달러어치를 수출한 이래로 인도·이집트·호주 등에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우리 항공기도 세계 방위산업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KT-1 기본훈련기와 FA-50 등은 2007년 이래로 터키·인도네시아·페루·이라크 등과 수출 계약을 맺은 주력 상품이다. 수출액만 약 20억9000만 달러에 달한다. 우리 공군의 로우급 전투기를 대체하거나 초음속 전투기 훈련을 위해 개발된 항공기가 수출시장에서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실장은 “민간항공·자동차·조선 등 민간 산업분야 전반을 방위산업의 하부기반으로 잘 갖춘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봐도 보기 힘든 일”이라며 “내부 수요도 확실하고 자체 개발 능력도 일정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출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군비 경쟁… 방위산업 수출에 호재
빈발하는 국제 분쟁과 이에 따른 각국 군비 확충 경쟁은 우리 방위산업 수출에 있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지난해 ‘글로벌 분쟁 가능성 검토 결과’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시아 권역에서 최소 11개 국가들이 지상 및 해상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지난해 군용차량과 개인 장구류 등을 수입해 간 필리핀은 정부-공산반군 간에 지상과 해상에서 빈번한 분쟁을 빚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남사군도와 북말라카 해협 등에서 주변국과 해상 분쟁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의 공격적인 군비 확대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이웃 국가의 국방비 지출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환태평양을 둘러싼 국가들의 분쟁 가능성은 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며 “현재 각국의 안보 측면을 볼 때 국내 방위산업 기업은 내수와 수출 등 안팎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