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원자로 재가동은 스스로 무덤파기

논설 위원I 2013.09.16 07:00:00
북한이 영변 5㎿ 원자로 재가동이라는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는 위성을 통해 북한 영변 원자로 인근 건물에서 흰 연기가 나오는 것을 포착했다. 이 연구소는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했거나 재가동 준비 단계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이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강력하게 추가 제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모든 핵 활동은 현재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 등에 따라 금지된 상태다.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북한이 재가동에 나선 속셈은 미국을 압박해 협상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두 차례 영변 원자로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북한은 1994년 미국과 제네바 합의를 하면서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받기로 하고 영변 원자로를 폐쇄했었다. 북한은 2004년 2월부터 이 원자로를 재가동했고, 2007년 2·13 합의에 따라 가동을 중단하고 봉인했다. 이때도 중유를 제공받고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자금 문제를 해결했다. 북한의 다른 의도는 핵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4월 천명한‘경제와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폐연료봉들을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만들어 2006년 1차와 2009년 2차 핵실험에 각각 사용했다. 이 때문에 플루토늄을 어느 정도 소진했다.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연간 핵폭탄 1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재가동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엄청난 착각이자 오판이다. 무엇보다 재가동에 따른 사고 위험이 높다.

이 원자로는 북한이 1979년부터 자체적으로 건설해 1986년 가동한 흑연감속로이다. 이 원자로는 폭발사고가 난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의 원자로와 같은 유형이며, 부품들도 낡고 오래됐다. 자칫하면 대재앙이 될 수 있다. 또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협상이 아니라 오히려 제재 조치를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주장해온 중국도 북한에 등을 돌릴 것이다. 모처럼 대화국면에 들어간 남북한 관계도 다시 경색될 것이다. 북한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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