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기술은 이미 지난 8일 거래가 정지됐다.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확인중이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거래소는 부적절한 세력의 개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거래를 중단시킨 채 상폐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심의한다.
엔터기술은 최근 최대주주가 오승훈 씨에서 강윤구 외 1인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강씨 등은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해 오씨의 보유 지분(12.27%)보다 많은 13.99%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오승훈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자신의 유명세를 앞세워 자금을 끌어모은 뒤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일당과 공모했다는 혐의다. 한때 주식재벌로 화제를 모았던 오씨는 실제 주주가 아닌 ‘바지 사장’ 역할을 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번 경영진의 횡령 혐의까지 더해지며 엔터기술은 증시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엔터기술은 취약한 수익성, 불성실공시, 최대주주 변경 등의 사유로 지난해 5월 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며 “이 상황에서 또다시 최대주주 변경공시를 해 상폐 심사 대상 여부를 심의받던 중 이번 사건이 상폐 심사 사유에 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황마담’만 믿고 자금을 밀어넣은 투자자들로서는 땅을 치며 통곡할 노릇이다. 그러나 후회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상황이다.
투자자들에게 연예인과 관련된 주식의 씁쓸한 기억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개그맨 신동엽씨는 지난 2009년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의 퇴출 상황을 직접 겪었고, 주가조작과 관련해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신씨는 손을 댄 주식마다 휴짓조각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가수 비(본명 정지훈)는 지난 2010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보유주식 350만여주 전량을 장내에서 매도해 ‘먹튀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유명세만 믿고 쉽게 투자에 뛰어들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충고한다. 한 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연예인이 전면에 나선 주식의 경우 그들의 꾸며진 이미지에 현혹돼 투자자들이 균형잡힌 판단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철저히 사업 경쟁력 위주로 판단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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