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1일자 20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복권은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사행성 도박으로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턴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동시에 복권기금이 각종 복지사업에 재원으로 활용돼 일종의 기부처럼 비치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자산과 실질임금 하락. 서민들에게 유독 팍팍했던 지난 한해 불황에 잘 팔린다는 속설을 증명하듯 복권산업은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렸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서 정한 복권발행 허용한도(2조8046억원)를 훌쩍 넘자 발행 한도를 늘려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복권이 많이 팔리면 복권기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복권기금은 복권 판매액에서 복권 당첨금과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이다. 현재 복권 당첨금은 복권 판매액의 50%로 규정돼 있다. 나머지 50%가 수익. 이 중 운영비 8%를 제외한 42%가 복권기금이 된다. 1000원어치 복권이 판매되면 500원은 당첨금으로, 80원은 판매·유통 관련 비용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420원이 복권기금으로 적립되는 셈이다.
올 초부터 지난 5월까지 5562억원이 복권기금이 적립됐다. 이 돈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건립, 쪽방촌 지원, 서민주거안정, 사회 취약계층 예술인 문화지원 저출산 지원 같은 각종 복지 사업을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2조9000억원 가량의 복권을 팔아 1조3000억원 가량의 복권기금을 적립할 계획”이라면서 “이 돈 대부분이 복지재원에 쓰이니 복권 구매는 나눔활동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권이 잘 팔리면 늘 그렇듯 비판론이 힘을 얻는다. 경마나 카지노보다는 중독성이 낮다고 하지만 사감위 통제를 받는 엄연한 사행성 상품이다.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또 대부분 서민이나 저소득층이란 점에서, 서민 돈으로 재원을 마련해 복지에 쓰겠다는 것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국가가 생색내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복권업무를 총괄하는 복권위원회도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복권 구매자 중 월 가구평균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가구가 69.4%나 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복권이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중독성이 덜하다 해도 아직은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단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