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흘 연속으로 하락했다. 그렇다고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이틀간에도 장중 하락폭은 막판 크게 좁혀졌다. 이 정도의 조정이라면 시장이 충분히 예상했고, 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문제는 이같은 조정 이후다. 추가로 지수가 하락하면서 기존의 강세장이 일단락될 것인지, 지리한 조정양상을 이어갈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시 반등하며 상승랠리를 되살릴 것인지 셋 중 하나인데, 시장은 대체로 추가 조정 이후 재반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아이스너엠퍼의 팀 스페이스 개인자산관리 자문 헤드는 "요 며칠간의 지수 하락이 향후 더 큰 가격 조정의 전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해외쪽에서 경기 둔화를 암시하는 악재들이 갑작스럽게 출몰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는 미국 제조업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겠지만 개선되는 고용과 소비 증가 등이 이를 상쇄시켜줄 것이며 이는 증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봤다.
웰스파고 어드바이저스의 스튜어트 프리먼 스트래티지스트도 "시장은 이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난 며칠간 지수가 하락했지만 이는 펀더멘털 부진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량 속에서 이익실현 물량이 지수 충격을 높인 탓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지금까지 지수 하락폭도 크지 않은 만큼 시장은 여전히 아주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경기선행지수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동반 호조를 보였는데, 이같은 꾸준히 경제지표 개선에 대해 기대를 가질 만하다는 쪽도 있다.
프리미어/퍼스트 앨리드증권의 마크 마티악 스트래티지스트는 "최근 지수가 하락한 며칠간 개인과 기관 투자가 모두 이익실현에 나서고 있지만, 분기말을 앞두고 지수는 1분기중 11% 정도 상승할 것 같다"며 "이 정도면 아주 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경제지표도 꽤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호적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정책도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내 우려가 서서히 커지는 만큼 추가 조정에 무게를 두는 쪽도 없진 않다.
크리스티아나트러스트의 크갓 애미거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중국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중국 경제 성장 속도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5개월여동안 강한 상승랠리 이후 이 정도의 지수 조정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이제 서서히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탐욕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ING의 롭 카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유로존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실제 유럽중앙은행(ECB)의 3년만기 장기대출이 마무리된 후 채권시장을 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가 강세랠리를 이어간 반면 유독 포르투갈 국채만 약한 모습인데, 시장은 이미 포르투갈이 올 하반기쯤 구제금융으로 갈 것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