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재산女가 ''한의사 신랑감'' 공개구혼 했다는데…

조선일보 기자I 2009.07.18 17:45:59
[조선일보 제공]
최근 49세의 200억원대 여성 자산가가 공개 구혼을 해 화제가 된 데 이어 35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70대 노부부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무남독녀의 배필을 공개적으로 찾아 나섰다. 
조선닷컴 7월 8일 보도

A(36·유치원 교사)씨는 6월 말 '자산 공개 구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홀어머니(62)의 고집에, 본인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서울 강남에 빌딩이 있는 100억원대 자산가 어머니는 "건물 명의는 딸 앞으로 돼 있다. 내 딸 데려가는 사람은 한마디로 봉 잡는 것"이라고 했다.

모녀의 목표는 단 하나, 한의사를 잡는 것이다. 한의사였던 A씨의 외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가문의 노하우와 처방전 때문이다. A씨 남동생도 한의사다. 어머니는 "아들만으로는 부족하다. 피붙이 한의사를 더 둬 가업을 잇게 하겠다"고 했다. 사위에게는 당연히 한의원을 차려준다.

A씨는 2002년부터 3개 결혼정보사에서 20여명을 만났다. 전부 한의사였다. 간혹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상대 쪽에서 "나이가 많다" "학벌이 모자란다"고 퇴짜를 놓았다. 회사측은 "한의사를 만날 프로필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공개 구혼을 결심했다.

168㎝ 키에 준수한 외모의 A씨는 "외모를 조금 보기는 한다"고 했다. 특정 종교와 특정 지역 출신만 아니면 된다. A씨는 "어릴 때는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결혼은 배경도 맞아야 하더라. 우리 재력과 남자의 능력이 만나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했다.

공개 구혼 2주가 다 되도록 지원자가 2명밖에 없어 고민이다. 접수 마감은 7월 27일까지다. 어머니는 "정 안되면 신문에 광고를 낼 생각도 갖고 있다. 우리 뜻은 확고하다"고 했다. 모녀는 "돈만 보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려되지만 그렇게 따지면 아무도 못 만날 것 같다"고 했다.

2007년 1000억원대 자산가가 데릴사위를 공개 모집한다고 밝힌 이후 결혼정보사를 통한 자산 공개 구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학벌이나 직업을 가지고 이성을 만나듯 재력도 결혼시장에서 하나의 장점 아니겠느냐"고 했다. 공개 구혼한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부동산사업을 하는 1000억원대 자산가의 딸 B(40·대학강사)씨는 작년 10월 공개구혼을 한 지 1년4개월여 만에 3살 연상 의사와 결혼했다. 신청자가 몰려 접수 하루 만에 마감했다. 30대 중반부터 50세까지 320명이 지원했다. 1차로 20명을 걸렀고 이 중 6명이 최종 미팅을 했다.

5번째 남성과 교제 시작 4개월 만에 결혼했다. 1차 조건은 나이·학력·키·직업이었고 2차 조건은 재산·혈액형·부모 형제의 직업·종교였다. 6명 모두 의사, 변호사, 변리사였다. 3번째 만난 변호사와 혼담까지 오갔지만 B씨(158㎝)보다 그리 크지 않은 키(167㎝) 때문에 무산됐다.

미국, 영국, 중국, 홍콩에서도 지원자가 몰렸다. 결혼정보사 선우의 박영동 매니저는 "지원 자격 제1조건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지만 아랍인도 있었다"며 "대부분 돈 얘기는 빼고 내가 왜 배우자가 돼야 하는지, 자기가 어떤 사업 계획을 가졌는지를 구구절절 써왔다"고 했다.

박 매니저는 "아직까지도 B씨는 물론 B씨의 어머니도 공개 구혼했던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뢰를 해온 아버지의 뜻에 따라 비밀리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사에 가입됐던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돈에 팔려간다'는 생각에 본인이 알게 되면 공개 구혼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8일부터 공개 구혼 접수를 시작한 서울 강남 350억원대 자산가의 무남독녀 C(37·회사원)씨 역시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경우"라고 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연애 경험이 없는 C씨 때문에 노심초사한 70대 후반 아버지가 조용히 의뢰를 해왔다는 것이다.

올 5월 공개 구혼을 시작한 200억원대 자산의 '골드미스(gold miss)' D(49·개인사업)씨는 현재 11살 연하의 남성을 만나고 있다. 접수 시작 2주 만에 435명이 지원했고 최종 선택된 16명 중 5명을 차례로 만나는 중이다. 20대가 총 55명, 가장 어린 지원자는 24세 대학생이었다.

D씨의 조건은 상대자가 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5살 연하의 남성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화를 냈다. 까다로운 D씨를 위해 회사에선 해외여행 포상을 걸고 10년차 매니저에서 15년차 베테랑으로 담당을 바꿨다. 박미숙 매니저는 "솔직히 남성들이 10살 이상씩 연상인 여성과 교제를 하리라곤 상상 못했다"고 했다.

D씨는 교사나 공무원 쪽 30대 배우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40살이 넘으면 본인의 경제력만 보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전에 교제를 했을 때도 남성 쪽에서 직장을 관둔다고 하거나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다"고 했다.



일러스트=김혜윤 인턴기자(서울대 디자인학부4)
지난 6월 150억원대 자산가인 남성 E(57·부동산 임대업)씨는 "이 나이에 재력마저 없으면 누가 나를 보겠느냐"며 재혼 여성까지도 괜찮다는 공개 구혼을 신청했다. 본인 뜻에 따라 10여명 정도의 여성 지원자가 나온 뒤 접수를 마감했다. 현재 8살 연하의 이혼 여성과 교제 중이다. 38세의 여성도 있었지만 너무 어려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며느리를 공개 구혼하려는 아들 가진 자산가는 왜 드물까? 선우 이웅진 대표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돈 많은 남성은 조건이 어떻다 해도 여자가 몰리는 반면 여성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회사측은 "가임 연령 때문에 혼인 적령기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딸 가진 부모들이 보다 적극적이기 마련"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아들 가진 부모는 출산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적어도 중매 시장에서 연상 며느리를 좋아하는 부모들은 드물다는 것이다.

공개 구혼을 하는 예비 장인 장모들이 가장 원하는 사윗감은 똑똑한 남성이었다. 본인들의 재산을 관리하고 맡아 줄 후견인을 원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을 크게 벌이려는 사업가들은 기피대상 1순위다. 안정적인 전문직 남성 사위를 선호하는 자산가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결혼상담협회의 차일호 회장은 "보다 폭넓게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공개 구혼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올 2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여성 스포츠 스타의 짝을 찾아주기 위해 신문에 공개 구혼 광고를 내기도 했다. 체육인 상대를 원하는 여성 때문에 기존 회원만으로는 남자를 고르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웅진 대표는 "돈으로 결혼을 산다는 게 아니라 돈이 있어도 이렇게 결혼이 쉽지 않다는 것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돈으로 상대를 샀다면 더 쉽게 결혼을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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