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수한 순댓국을 먹기 위해 장이 서는 날엔 5000여명이, 평일엔 3000여명이 이 골목을 찾는다. 순댓국을 맛보기 위해 찾는 이들은 인천·경기도는 물론 전라남도·경상남도에서까지 올 정도로 용인 중앙시장 순댓국거리는 용인의 대표적 명소다.
◆순댓국은 민감한 음식
흔히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 순댓국으로 거리 전체가 명소가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본전집' 이금연(여·59)씨는 "사람들이 '나중에 순댓국 장사나 하지'라고 쉽게 말하지만 이게 보통 민감한 음식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올해 20년째 순댓국집을 하고 있는 이씨지만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 수 없다고 했다. 솥에 불이 꺼지면 순댓국에서 금세 퀴퀴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중간 이상 되는 불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뽀얀 빛깔을 띨 수 있다. 24시간 끓이는 국물이지만 이틀이 지나면 남은 육수를 모두 버리고 돼지사골을 새로 넣어 끓여야 한다. 이렇게 3일이면 20L 가스통 하나가 다 소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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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에 들어가는 돼지 곱창 등을 손질하는 일은 거의 사투에 가깝다. 용인 순댓국은 돼지고기나 돼지 머리고기 대신 돼지 곱창 등을 넣는데, 이게 이 지역 순댓국의 특징이다. '시장순대' 정진명(48)씨는 매일 오후 2시면 막 잡은 돼지 곱창, 막창, 염통 등을 손질하기 시작한다. 칼로 재료들을 다듬고 소금으로 씻어낸 다음 맑은 물로 삶고 헹구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해야 냄새와 기름기를 없앨 수 있다. 21년 동안 한결같이 이 작업을 해온 정씨는 거의 문드러진 손톱을 보여줬다. 정씨는 "손질된 재료를 쓰면 이미 냉장고 냄새가 순댓국에 배어 맛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순댓국에 들어가는 순대 역시 이 골목 사람들 손을 거친다. '평원집' 김복자(56)씨는 23년 동안 순대를 직접 만들어 왔다. 순대는 돼지 막창에 배추, 돼지고기, 부추, 깻잎, 양배추, 양파, 찹쌀, 당면, 파, 마늘, 선지, 전분가루 등을 채워 만든다. 김씨는 3일에 한 번 순대를 직접 만드는데 이때 만드는 순대 길이는 100m에 이른다고 한다. 막창 순대는 흔히 볼 수 있는 소창 순대보다 더 굵고 쫄깃하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완도 가서도 못 잊는 순댓국 맛
이 용인 중앙시장 순댓국 맛을 잊지 못해 전라남도 완도에 이사를 가서도 택배로 부쳐달라는 사람도 있다. 2년 전 용인에서 전남 완도로 이사 간 이광철(46)씨는 주변 어디를 가도 용인 순댓국 맛을 느낄 수 없자, 단골집이었던 '이천왕족발' 김명숙(여·51)씨에게 전화를 걸어 택배로 순댓국을 보내 달라고 지난 1월 부탁했다. 마침 한겨울이었기 때문에 김씨는 들통 한가득 순댓국을 넣어 택배로 부쳤다. 하루 만에 이를 받아 한 그릇 끓인 순댓국 맛을 본 이씨는 "이 맛이다"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그의 아내 최인숙(50)씨가 말했다.
주변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중앙시장 순댓국은 인기다. 용인 명지대 수학과 학생들은 작년 3월 수련회를 가면서 '광주순대' 민경순(42)씨에 순댓국 포장을 부탁했다. 민씨는 작은 아이스박스 3개에 얼음을 넣고 비닐봉지에 싼 순댓국을 넣어줬다. 당시 순댓국을 주문한 명지대 수학과 김경수(4학년)씨는 "중앙시장 순댓국엔 곱창이 많이 들어가는데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아 여학생들도 살찔 걱정 안 하고 잘 먹는다"며 "순댓국은 밤에 술안주로 최고"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송담대 인형캐릭터창작전공 학생들 역시 지난 21일 학교축제를 맞아 '마포순대'에서 작은 아이스박스에 순댓국을 담아 가기도 했다.
'영광순대'는 용인대 무도 관련 학과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3~4번 물에 삶아 내 기름기를 없앤 곱창을 넣는 이 집 순댓국은 운동 선수들에게 인기다. 유도학과·동양무예학과·경호학과·격기지도학과·태권도학과 학생들은 30~40명이 들어가는 이 집 다락방을 회식 장소로 자주 이용하고 있다. 이 순댓국집 이강득(50)씨는 "베이징올림픽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 선수도 용인대 유도학과를 다닐 때 단골이었다"고 말했다. 한정자(여·49)씨가 운영하는 '마포순대'는 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학생들이 단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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