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한국의 첫 우주인 이소연(30)씨와 예비 우주인 고산(32)씨가 28일 오전 9시25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다. 그러나 이씨가 탔던 소유즈 귀환선이 심각한 기기 고장을 일으켰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거액을 러시아 당국에 내고도 우주인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외신 보도와 전문가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 19일 이소연씨의 지구 귀환 과정은 '사고'였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윌리엄 게르스텐마이어 부집행관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기권 진입 전 귀환선과 뒤쪽의 추진선이 분리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인사업단장은 "대기권 진입 후 귀환선의 자세를 조정하는 과산화수소 연료 추진체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귀환선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각도로 땅으로 떨어졌다. 예상보다 2분 이른 시간에 예정지보다 420㎞나 서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인사업단 관계자는 "러시아와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협의했다"며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우주항공 분야 한 대학 교수는 "200억원이란 거액을 낸 고객이 할 말이 결코 아니다"며 "우주인사업이 정부의 협상력 부재로 갑과 을의 관계가 뒤바뀐 이상한 모양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소연씨는 22일 모스크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워낙 내려오는 속도가 크다 보니 (연착륙 역추진) 엔진이 켜져 있어도 충격이 컸다"며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익명의 러시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대기권 진입 당시 동체가 거꾸로 돼 방열판이 뒤로 가고 해치(문)가 대기와 직접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자칫 해치가 녹아 우주인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발사 전날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한국에서 간 취재단은 참석하지 못했다. 주관 방송사가 참석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한국 취재진을 받지 않겠다는 러시아측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였기 때문.
우주복과 발사체 표면에 부착하기로 한 기업 광고가 사라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당 30억원 이상을 광고비로 받았으면서도 지상 관제소 모니터 앞 입간판에야 겨우 기업 로고가 부착됐다. 일부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교재를 빌렸다는 사소한 이유로 고산씨가 탑승 우주인에서 탈락한 것도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러시아측의 주장을 그대로 우리 국민에게 전하면서도 최종 교체 결정을 우리 정부가 했다는 점만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