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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판 호구, 바로 당신입니다"… 현직 판사의 섬뜩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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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I 2026.08.16 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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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빨대사회 생존전략: 사기천국에서 살아남기'
현직 부장판사가 집필한 사기범죄 예방 지침서
붕괴하는 형사사법시스템 속 개인의 생존전략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포커 테이블에 앉아서 30분 내에 호구를 찾지 못했다면, 당신이 바로 호구다.”

(If you can‘t spot the sucker in your first half hour at the table, then you are the sucker.)

영화 ’라운더스‘의 유명한 대사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자칭·타칭 ’사기범죄 천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개인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는지 적나라하게 파헤친 실전 생존 지침서다.

모성준 사법연수원 교수(부장판사)는 신간 ’빨대사회 생존전략: 사기천국에서 살아남기‘를 통해 조직화·고도화된 현대 사기범죄의 작동 메커니즘을 명확히 분석하고, 형사사법시스템의 한계 속에서 개인이 갖춰야 할 현실적인 대응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전작 ’빨대사회: 사기범죄 천국의 도래‘에서 이미 조직적 사기범죄의 실태와 형사사법시스템의 붕괴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신작은 전작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사기범죄의 구조적 작동 원리를 보다 파고들고,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피해자가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담아낸 연장선상의 저서다.

저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피싱 메시지를 그냥 지우고만 있는가”라고 물으며 “사기범죄조직의 촉수는 이미 우리 곁까지 와 있지만, 그들이 어떤 미끼를 가지고 다가와 어떻게 우리를 고립시키고 언제 목덜미에 빨대를 꽂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어 “더 이상 형사사법시스템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시대에 사기범죄조직의 빨대를 피하기 위해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정리했다”며 출간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저자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범죄조직들이 매년 45조원을 상회하는 범죄수익을 올리며 글로벌 카르텔 못지않은 규모로 거대화됐다고 진단한다. 중남미 마약 카르텔이나 국제적 무기상에 비견될 만큼 천문학적인 자금이 사기, 도박, 마약 범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화, 온라인화, 점조직화, 국제화를 거치며 사기범죄는 일종의 ’첨단 플랫폼 산업‘처럼 진화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을 모방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마케팅 깔때기 구조를 활용하는 사기범죄조직의 진화 속도는 가파르다.

반면 이들을 추적하고 처벌해야 할 형사사법 인프라와 수사 역량은 제도를 거치며 오히려 급격히 약화되는 불균형이 발생했다. 전세사기 보증금을 모두 잃고 갓난아이와 법정에 섰던 신혼부부의 사례처럼, 형사사법시스템이 붕괴한 자리에서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찾아가도 결국 “법이 원래 그러하니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무정한 답을 듣게 되는 이유다. 수사의 컨트롤타워가 해체되고 유능한 수사 인력이 이탈하면서 범죄조직의 핵심 수괴, 이른바 ’킹핀‘들은 처벌을 피한 채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

미끼 던져 고립시킨 뒤 수탈…’피해자의 눈치‘가 생존 열쇠

사기범죄는 ’미끼 제시→내러티브 형성→피해자 고립→빨대 꽂기‘의 4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먼저 사기범죄조직은 피해자의 욕망이나 불안, 외로움 같은 심리적 취약점을 포착해 맞춤형 미끼를 던진다. 이어 교묘하게 설계된 스토리텔링으로 내러티브를 만들어 피해자의 의심을 허물고 신뢰를 구축한다. 이후 주변과의 소통을 차단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고립시키고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마지막으로 ’돼지도살 수법‘처럼 끝까지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재산을 집요하게 수탈하는 빨대 꽂기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형사사법시스템의 울타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저자가 제시하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어선은 바로 ’피해자의 눈치‘와 ’상황인식 능력‘이다.

저자는 무작정 행운을 기대하는 과도한 기대심리, 즉각적인 보상에만 반응하는 충동적 의사결정, 디지털 중독과 알고리즘으로 인한 문해력 퇴화가 스스로를 사기범죄조직의 최적 표적으로 만든다고 경고한다. 과도한 자기 확신과 피해의식을 내려놓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냉정한 직감을 복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주변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좋은 기회일수록 일단 의심하며, 모르는 것은 주변에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기본적인 원칙이 생존의 열쇠가 된다.

만약 이미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감정적 거부나 음모론에 빠지지 말고 속히 피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관계의 문제와 법률의 문제를 철저히 분리하고, 사건 초기부터 강력하게 자원을 투입해 명확한 사실관계 정리와 서류 작성, 증거 자료 확보에 주력해야만 최소한의 피해 회복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시스템이 나를 완벽히 보호해 주지 못하는 시대, 언제 목덜미에 꽂힐지 모르는 사기범죄조직의 빨대를 사전에 알아차리는 ’눈치‘야말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생존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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