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확산에도 수송부문 배출 감소 효과는 제한적
일본은 하이브리드, 중국은 다층 전동화로 감축 분산
HEV, 연비개선, 차량 교체 촉진 등 수단 다각화 필요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정부가 순수 전기차(BEV) 중심의 탄소 감축 정책에서 벗어나 감축 수단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기차 보급 확대만으로는 단기간 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본 등 주요국은 전기차 외에도 하이브리드(HEV), 연비 개선, 차량 교체 촉진 등 다양한 수단을 병행하며 감축 성과를 내고 있다.
 | |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이 플러그 앤 차지(PnC) 적용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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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탄소 배출량은 668.2메가톤(Mt)으로 2020년 대비 3.9%, 2023년 대비 0.3% 감소해 배출 상위 18개 국가·지역 중 14위를 기록했지만 탄소배출 비중이 높은 수송 부문의 성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송 부문에서 도로교통은 사람과 화물 이동의 대부분을 담당하며, 국내 수송 부문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의 약 96%를 차지해 압도적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도로교통 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106.7Mt으로 집계됐다.
정준하 한자연 기술정책실 연구원은 “최근 몇 년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지만, 국내 전기차 보급률은 전체 등록 차량 대비 2.8~3%대 초반으로 추정된다”며 “또 누적 등록 차량 대수(지난해 약 2600만대)로 보면 작년 신차 등록(163만대)의 15~16배에 달하므로 신차 친환경화의 효과가 본격화되기 위해선 수년이 필요하기에 다층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내 신차 판매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은 약 27%, 전기차는 14% 수준에 그쳤다. 친환경차 보급이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송부문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도별 수송부문 배출 비중은 2020년 14.4%에서 2022년 15.5%, 2023년 16.0%, 2024년 16.6%으로 집계됐다. 내연기관 차량의 절대적인 보유 대수와 교체 주기가 길다는 구조적 한계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해외 사례는 대비된다. 일본은 전기차 전환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배출 감축을 이뤄왔다. 일본 내 신차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으며, 연비 개선 효과(2001년 대비 80% 이상 개선)를 통해 수송부문 탄소 배출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다. 덕분에 일본은 지난해 수송부문 탄소 배출량을 전년 대비 6.2% 감축해 주요 자동차 시장 중 가장 큰 폭의 감축을 달성했고, 도로교통 탄소 배출량도 지속 감소세로 1999년 대비 36.3% 줄였다. 감소단일 기술이 아닌 ‘연비 기반 감축’ 전략이 작동한 결과다.
중국 역시 전기차 일변도가 아닌 다층 전동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뿐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고효율 내연기관 차량을 병행 확대하며 시장 상황과 인프라 여건에 맞춰 감축 수단을 분산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단기간 내 대규모 감축 효과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반면 국내 정책은 전기차 중심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정부가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의무 판매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업계가 요구해 하이브리드차를 평가에 넣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충전 인프라 부담, 소비자 가격 저항, 산업 전환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전기차 단일 수단으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본다.
보고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하이브리드 활성화, 노후차 조기 교체, 연비 기준 강화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차종에 대한 정책 편중보다는 실질적인 배출 저감 수단을 폭넓게 활용하는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최근 수송부문 배출량 감축에 성공한 일본·중국 등의 사례 분석을 통한 개선책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