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2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감일동 주민 등이 포함된 ‘동서울변전소 증설반대 5자협의체’와 2시간 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하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5자협의체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논란이 지난해 여름에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소관 부처 장관이 감일동 현장을 찾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체 부지 등 대안 모색 △국무총리 갈등조정위원회 회부를 포함한 갈등 중재위원회 설립 여부 검토 △빠른 시일 내에 주민들과 다시 만나 소통 △동서울변전소 지정고시, 한전의 주민설명회 관련 절차상 하자 문제, 주민수용성 문제 재검토 △주민들이 갈등의 불씨가 된 ‘특별지원금’(보상금) 지급 논의 중단을 촉구했지만 한전이 자체 내규로 특별지원금 논의를 계속 진행하는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문제가 되는 점이 있었는지 재검토 등을 약속했다. 관련해 김 장관은 한전 등으로부터 보고를 다시 받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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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kV 변환소는 총길이 280km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의 2단계 종착지다.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동서울변전소의 변환소 신설과 관련한 동서울·수도권 송전선로는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국정과제 순위에서 가장 이른 ‘0단계’로 표시돼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대 우선 공급 약속, 인공지능(AI) 시대 수도권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전력망 신설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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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전원개발촉진법(전원법),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에 따라 진행돼 위법한 절차가 없는 만큼 신속히 변환소 공사를 착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대로 가면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또 터질 것”이라고 증설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주민들의 핵심 요구는 500kV 변환소를 감일동이 아닌 대체 부지에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유아, 청소년, 다자녀, 신혼부부 등이 주로 사는 4만명(1만4000가구) 주거밀접지역에 50만볼트에 달하는 변환소가 신설되고, 신규 원전 5기 규모의 전력 설비(설비용량 7GW)가 위치하게 되면 생존권·환경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참조 이데일리 11월9일자 <“아이들은 ‘전력망 마루타’ 아닙니다”…추미애 하남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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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취재 결과에 따르면, 김성환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같은 주민들, 5자협의체 요구사항에 대해 “(대체 부지 등) 다른 대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갈등위원회 등 다른 중재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김 장관은 “‘상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니네 맘대로 진행하면 말이 안 된다’라는 게 주민들 입장”이라며 “여기까지 온 과정 자체에 하자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이) 사업설명회 관련해 주민들에게 객관적인 내용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 화장하듯이 분칠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김 장관은 주민들이 제기하는 절차상 하자, 주민수용성 문제를 꼼꼼히 살필 것임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전은 ‘7차례 주민 설명회를 했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주민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고, 상의 없이 대충 진행했고, 500kV 변환소 신설에 대한 설명도 아니어서 과정의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집중적으로 논의해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 장관은 “‘한전이 단지별로 몇억원 씩 주면서 흥정하려고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절차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며 “(법에 따른 것이 아닌) 지역민원 무마 차원에서 하는 것 같은데 (한전은) 그 내규를 보고해달라. 한전이 이런 식으로 주민들에게 ‘언제까지 동의하면 뭐를 주고 동의 안 하면 뭐를 안주겠다’는 식으로 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사안) 성격상 아주 시간을 많이 끈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며 “(간담회가) 오늘 한 번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할지 다른 식으로 할지 별도 상의해서 말씀드리겠다”면서 추가 간담회를 예고했다.
김 장관은 “주민들에게 모자란 것이 있거나 (추진 과정에) 하자가 있거나 하는 등을 포함해 검토하고 다음에 어떻게 (소통)할지는 시간 끌지 않고 곧바로 검토해 연락 드리고 함께 하겠다”며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개별적으로 말씀해달라”고 말했다. 이재식 기후부 전력망정책관은 주민들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우려하는 부분을 다 주시면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간담회 직후 블로그에 “AI·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의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은 필수적”이라며 “그렇다고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안전성과 환경성, 사업 추진절차 등에 대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며, 함께 해법을 논의했다”며 “앞으로 지금까지 사업이 진행되어 온 전 과정을 되돌아 보고, 지역주민의 요구사항도 꼼꼼하게 살피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주민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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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측 김상택 감일지구 총연합회장은 “김 장관이 ‘고시 절차에 하자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관련 환경영향평가가 없이 추진돼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부분에 대한 절차상 문제, 주민수용성 문제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고 했다”며 “주민 편에서 사안을 보고 다시 만나겠다는 열린 결말로 끝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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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지정고시대로 추진될 경우 고시 게재일(11월5일) 60일 이후인 내년 1월5일 이후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강행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시행된 전력망 특별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전력망 구축을 위해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하는 인허가는 지자체가 60일 내 허가 여부를 회신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간주된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행정절차도 지자체가 아니라 사업자인 한전이 수행한다. 지자체 특별교부세에 영향을 주는 합동 평가 지표에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협력 지표’도 신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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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위원장은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을 강행할 경우 주민들 반발이 세질 것이고 그에 따른 우려를 충분히 (김 장관에게) 전달했다”며 “지금도 충분히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만나 소통하면서 증설 반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