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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보다 반중 택한 대만…시험대 오른 '한중관계'

이명철 기자I 2024.01.15 06:00:00

13일 총통 선거, 독립성향 민진당 라이칭더 당선
中 “하나의 중국 변함없어”…양안 관계 긴장 우려
“한국, 국익 우선해 한·중 관계 개선도 노력해야”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역사적인 3연승을 거뒀다. 대만 유권자들은 그들의 선택이 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중국의 경고를 무시했다.” (CNN)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불렸던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을 지닌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승리했다. 대만 유권자들은 중국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친중 정치인을 뽑는 대신 대만의 민주주의 발전과 세계화에 한 표를 던졌다는 평가다. 다만 ‘친미’ 대 ‘친중’ 구도에 지친 20~30대 젊은층이 중도 성향의 민중당 커원저 후보로 몰리면서 야권의 표가 분산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이칭더(앞줄 오른쪽에서 6번째) 대만 총통 선거 당선인이 지난 13일 타이베이 민주진보당 본부에서 연설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13일 대만에서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는 8년간 집권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40.05%의 득표율로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33.49%)와 민중당 커원저 후보(26.46%)를 누르고 당선됐다.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은 확정 직후 연설을 통해 “대만은 민주주의 공동체의 승리를 거뒀다. 우리는 계속해서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나란히 걸어갈 것”이고 강조했다.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중국의 계속되는 압박에 대해 대만인들의 불편한 반응이 반영됐다”면서도 “국민당이 변화하는 표심을 읽지 못하고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민중당으로 부동표를 끌어들인 측면도 크다”고 분석했다.

친미 성향의 민진당 후보의 당선으로, 양안(대만과 중국), 미중(미국과 중국)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라이칭더 당선인은 5월 취임할 때 그를 ‘위험한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한 중국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과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군사적 위협은 물론 관세 인하 철폐 등 다양한 경제 압박 카드를 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 달래기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안정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 선거 이후 아시아 태평양을 둘러싼 정세가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외교·경제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대응 노력도 절실하다. 블룸버그는 지난 9일자 보도에서 “대만에서 무력 충돌시 최악의 경우 한국이 대만 다음으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미국 개입시 GDP(국내경제총생산)가 23.3% 감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는 “한·미·일 공조 강화를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 잘 지내야 하는데 현재 한·중 관계가 너무 좋지 않다”며 “철저하게 국익을 우선으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대만을 비롯해 북한·경제 문제 등 분야에서 소통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해영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수석연구원은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 사전점검 및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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