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들은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초래할 악법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거부권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노동계가 “1997년 노조법 개정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뿐이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개정안은 노사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게 경제 6단체의 절규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함으로써 하청업체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을 이들은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고 있다. 예컨대 수천 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 회사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을 벌일 수 있게 돼 강성노조 사업장은 1년 내내 파업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해고자 복직, 회사 소재지 이전 등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또한 불법 파업에 대해 법원이 가담자별로 배상 책임 비율을 따지도록 했다. 법원이 불법 파업 가담자의 입증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고 소송을 기각해 버릴 경우 가담자의 가입 정도를 일일이 입증하기 힘든 기업들로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09~2022년 8월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손해배상 청구액 총 2752억원 중 민주노총 관련은 99.6%(2742억원)였다. 개정안이 민주노총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맞춤형’ 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법안을 민주당이 폭주하다시피 밀어붙인 배경은 명확하다. 강성 노조 등 지지층을 결속하면서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대통령과 여당에 떠넘겨 불통·오만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노림수가 깔려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지지도 추락 등으로 궁지에 몰린 당 분위기를 추스르려는 속셈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기업을 벼랑으로 몰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맞다. 졸렬한 정치적 꼼수와 악법 테러에 굴복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게 경제를 살리고 법치도 바로 세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