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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인 C씨는 2019년 5월 사망했다. C씨는 2018년 1월 차남인 A씨에게 거제시 하청면 대곡리의 토지 1193㎥, 2066㎥를, 일부 땅은 공동피고인 장남 B씨에게 준다는 내용, 딸은 각 2000만원씩 주라는 등의 유언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남겼다.
동영상 촬영 도중 망인 C씨는 ‘그럼 됐나?’라고 묻기도 했고 차남인 A씨는 ‘상속을 받겠다’라는 등의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A씨는 직접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후 2019년 12월 유언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게 되면서 배우자와 장남, 차남, 딸 등에게 모두 법정상속분에 따른 상속등기가 마쳐졌다. 이에 차남인 A씨는 부동산 사인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다른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영상만으로는 망인이 원고에게 각 부동산을 사인증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원고가 망인의 사인증여 의사를 수락해 원고와 만인 사이에 사인증여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고들은 “원고가 나머지 피고들에게 동영상 촬영 내용을 알리지 않아 나머지 피고들은 망인의 생전과 사후에 동의한 적이 없었으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원고는 망인에게 원고에 대한 사인증여 부분에 대해서만 승낙하면 원고와 망인 사이에 사인증여가 성립하는 것”이라며 “동영상 촬영 내용에 피고들의 동의가 있어야 원고에 대해 사인증여의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유언자인 망인과 일부 상속인인 원고 사이에서만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와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판단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망인이 유언하는 자리에 원고가 동석해 동영상 촬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와 사이에서만 의사의 합치가 존재하게 돼 사인증여로서 효력이 인정된다면,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그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던 피고들에게는 불리하고 원고만 유리해지는 결과가 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에 의하더라도 망인이 유언 내용을 읽다가 ‘그럼 됐나’라고 자문했을 뿐이어서 원고에게 물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와 사이에서만 유독 청약과 승낙이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망인 유언이 효력이 없게 되는 경우 다른 자녀들과 무관하게 원고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유언대로 재산을 분배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에는 유언이나 유증이 효력이 없는 경우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갖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 중 피고들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