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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리고 또 털리고…환전소는 왜 외국인 범죄의 타깃이 됐나

이유림 기자I 2023.09.08 06:00:00

환전소 상대로 외국인 절도 범죄 잇따라
보이스피싱 막히자 현금 오가는 환전소 타깃된 듯
허술한 보안 여전…"방범 기준 규정해야" 지적도

[이데일리 이유림 이영민 기자] 사설 환전소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 범죄자들의 주요 타깃이 되며 연이어 절도 사건에 휘말리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잇단 범죄에도 여전히 보안이 취약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 중구 명동 인근 환전소(사진=이영민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남구로역 인근 한 환전상이 중국 남성에게 약 1억 2500만원의 현금을 절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거액의 환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환전상을 밖으로 불러내 저지른 범행이었다. 나흘 후 같은 수법으로 돈을 훔쳐 달아난 중국 남성이 붙잡혔고, 이에 앞서 경기도 평택의 한 환전소에선 한 타지키스탄 국적 남성이 모의 총기로 위협해 현금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사설 환전소가 외국인 범죄자들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에는 범죄 양상 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기법 발달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이 어려워지자 거액의 현금이 보관된 환전소가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보안이 철저하고, 편의점 등 일반 상점에선 현금 거래가 줄어들어 범죄 유인이 적기 때문에 환전소가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2년 1500여건에 불과했던 외국인의 절도범죄는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2019년 3100여건까지 늘어났고, 이후에도 2500건 안팎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직 외국인과 환전소 범죄의 연관관계를 명확하게 밝히진 못했지만,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단속에 의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겠느냐”며 “그럼 현찰이 있는 곳이 범죄의 타깃이 될 텐데, 그런 점에서 환전소가 새로운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범죄에 취약하다. 이데일리 취재진이 서울 대림역과 명동역 인근 환전소 등을 둘러본 결과 나 홀로 근무하는 소규모 환전소가 대부분이고, 은행에서 ‘청원경찰’ 역할을 하는 경비 인력도 없었다. 환전상은 계수기로 돈을 세며 거래하길 반복했고 이용객은 그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환전상과 이용객 사이를 가로막는 유리창만 깨면 탁자 위에 놓인 돈뭉치를 쉽게 가져갈 수 있을 듯 보였다.

대림역 앞에서 환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별다른 방범 장치 없이 기자를 맞이했다. 그에게 ‘강도가 들면 어떡하냐’고 묻자, “방법이 없지요”라며 서툰 한국말로 머쓱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인근에서 또 다른 환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50대 남성 B씨는 사설 보안경비업체 경보장치를 꺼내보였지만 “이걸 눌러도 아무리 빨라야 10분일 텐데 실효성이 없을 것 같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불안해진 환전상들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CCTV를 설치해 외부 동향을 수시로 살피고 이중문을 통해 금고를 보호하는 환전소가 늘었다. 명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C씨는 사설 보안경비업체 비용으로 매달 15만~20만원을 내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 가스총 구입까지 고심 중이다. 명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D씨는 “환전소 간 환율 경쟁이 치열해 안 그래도 힘든데 범죄 위험까지 생기니까 무섭고 답답하다”며 “우리는 절도 피해를 입어도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업종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경찰 순찰을 늘리거나 민간 자율방범대 활동을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환전소 영업과 관련해 방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환전소는 관할 세관에 등록해 운영할 수 있는데 등록 요건은 ‘영업장’과 ‘전산설비’를 갖추는 것이 전부다. 폐쇄회로(CC)TV 설치나 정기적인 보안 교육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철조망 설치 등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도 행정적 고시를 통해 관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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