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급전 창구 된 카드사, '충당금 방파제' 쌓을 때

서대웅 기자I 2023.08.14 06:20:00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저축은행이 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카드사 대출 수요가 늘고 있다. 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연체율이 5%대로 상승하면서 신용점수 하위 50% 대상의 중금리대출 공급을 줄이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공급 실적은 1조70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다.

저축은행이 신용도 낮은 서민대출을 줄이자 수요는 자연스럽게 카드사로 향하고 있다. 7개 전업 카드사의 2분기 중 장기대출인 카드론 규모는 약 35조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3.5% 증가했다.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 및 리볼빙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장금리 상승세가 심상찮다. 특히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여전채의 금리상승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다. 최근 여전채 AA+ 3년물 금리가 연 4.5%에 도달하는 등 그동안 3%대를 유지하던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여전채 발행금리 상승은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로 직결되며 운용금리인 카드론의 금리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13%대 수준이던 카드론 금리는 최근 15%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향후에도 여전채 금리의 추가상승 가능성이 있어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카드론 금리의 추가인상이 우려된다.

미국의 10년물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며 국내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가 상단기준으로 5.5%까지 인상됐지만 그동안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까지 3%대 후반에 머물렀다. 미 정책금리와 미 장기국채 금리 간 격차가 벌어진 배경은 미국 경기둔화에 대한 시장 우려 때문이었다. 지속하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안전자산인 미 10년물 국채 수요가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긴축적 통화 기조를 유지하던 일본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수단으로 고려하던 장기국채(10년물)의 수익률 상한선(0.5%)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의 미국 신용평가등급 하향조정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매도세도 미 국채금리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 국채시장에 투자하던 일본계 자금의 본국 귀환, 미 정부의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추가 국채 발행 가능성도 당분간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세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의 금리상승에 따른 국내 채권금리의 상승은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현금성 대출수요 증가와 맞물려 카드사의 대출공급 금리의 인상을 가속화할 것이다. 따라서 차주의 이자비용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주의 이자부담 증가는 카드사의 연체율 상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올해 1분기 중 카드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7%를 유지하는 등 저축은행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 수준의 건전성을 나타냈다. 하지만 카드사의 금리상승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액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연체 증가에 따라 요구되는 대손충당금 적립액 대비 실제 적립된 충당금 수준은 올해 1분기중 106.4%에 불과하고, 오히려 전년동기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하반기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 부실화에 대비할 카드사의 신용위험 감내 역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결론적으로 최근 늘고 있는 중금리 대출 등 카드론 수요 증가세와 하반기 조달금리상승 가능성에 대비한 카드사의 위험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카드사는 대손충당금 실적립액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카드사의 입장에서 충당금 적립액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 연체 등 채권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카드사는 신용판매 비중을 늘리고 현금성 대출공급에 대한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