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미용시장, 2026년 2조…사업 기회”
30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그룹은 미용기기의 유통 및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자회사 ‘퍼시픽테크’를 설립, 계열사로 편입했다고 지난 27일 공시했다. 초대 대표로는 이영진 아모레퍼시픽 넥스트뷰티 디비전장을 낙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그간 미용기기 유통·판매에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고객이 직접 손쉽게 본인의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돕는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을 2014년부터 운영해왔다. ‘페이셜 부스팅 스파’, ‘스킨 라이트 테라피’ 등이 대표 상품으로 2019년엔 배우 송혜교를 모델로 발탁했다.
이번 자회사 설립은 ‘메이크온’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로나19 유행 때 크게 늘어난 ‘홈뷰티’, 즉 미용기기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사업 덩치를 키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성장하는 미용기기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자회사를 세웠다”며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고, 미용기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목표”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용기기 시장은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지난해 기준 1조1000억원 규모로, 2026년엔 1조2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세계시장에서도 미용기기 분야는 2025년까지 연평균 4%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 세계 2위이자 ‘K-뷰티’의 의존도가 상당한 중국을 떼어놓고 봐도 시장 성장세는 뚜렷하다. KOTRA에 따르면 중국 가정용 미용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15억위안(약 2조556억원)으로 전년(98억위안·1조7517억원) 대비 18.2% 증가했다. 올해는 135억위안((24조1312억원), 2026년이면 213억위안(3조8073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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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따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실적이 괄목할 만큼 나아지지 않았단 점 역시 아모레퍼시픽의 ‘변화’를 불러온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에 117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해 10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와 달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1조3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4% 늘었고, 순이익도 29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로 따지면 매출은 2조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34억원으로 41.8%나 감소했다. 국내 면세 매출과 중국에서의 사업 부진 여파다. 이에 따라 실적발표 다음날인 지난 27일 증권가에선 일제히 아모레퍼시픽(090430)의 목표 주가를 낮추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미용기기 사업을 본격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미용기기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홈뷰티 기기 강자인 LG전자(066570)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화장품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 뷰티·의료기기와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까지 사업영역 확장을 예고한 상태다. 화장품사업에서 나아가 ‘뷰티테크’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LG생활건강(051900)과 그룹차원에서 협업하며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인 에이피알의 성장속도도 빠르다. 2021년 3월 출시한 ‘메디큐브 에이지알’ 제품은 최근 국내외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미용기기 가격을 기존 100만원대에서 20만~40만원대까지 대폭 낮춰 접근성을 넓힌 에이피알은 올 하반기 상장을 추진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고려하고 있는 제품군이나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등 유통·판매방식을 정한 것은 아직 없다”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이르면 연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