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최저임금위가 얼마전 오랜만에 퇴장 없이 표결을 해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15대 11로 부결시켰다. 경영계는 업종의 지불능력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노동계의 반대의견이 더 설득력 있다. 최저임금의 원래 취지는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인데 이를 위한 최소한의 소득은 업종에 따라 다르지 않다. 그럼 최소한의 소득은 무엇에 따라 달라지는가?
먼저 노동자 국적에 따른 차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내국인과 외국인이 경합하는 일자리에서 외국인이 더 유리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한편 프랑스 영국 칠레와 같이 연령별 차등을 두는 나라도 있다. 청년에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여 일자리를 더 준다는 취지인데, 우리 현실에선 임금이 더 낮아질 경우 청년이 노동시장을 떠날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
생활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역이다. 일단 서울은 주거비가 높다. 2023년 1월 기준 아파트 평균 월세는 서울 92만원, 수도권 73만원, 비수도권 51만원이었다.(부동산R114 통계) 보증금을 포함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그렇다고 노동자 거주지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실거주지 확인, 업장내 여러 최저임금 공존 등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 결국 기업 소재지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이 해답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에선 각 주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일본도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차등하며 중국, 베트남도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다르다.
이러한 지역별 차등에 대해 세 가지 반론이 있다. 첫째, 낙인효과로 국민통합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지역별 최저임금을 중앙이 결정할 때의 문제이다. 지방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스스로 최저임금을 낮추는 것이라면 국민통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둘째, 수도권의 최저임금이 더 높을 경우 인구집중이 심화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방의 낮은 최저임금은 기업의 지방이전을 촉진할 것이다. 고급인력을 찾는 업종에선 기업이 노동을 따라가지만,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에선 노동이 기업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최저임금 높은 지역으로의 장시간 출퇴근자가 늘어나 지방기업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각 지방은 인접지역의 결정을 감안하여 최저임금을 설정할 것이다. 한 두 해는 혼란이 있을지 모르나 최저임금은 매년 설정하므로 금세 지역간 최저임금 균형점이 형성될 것이다. 2022년 일본에서 지역별 최저임금의 최대격차는 219엔(약 2000원)이었는데 이는 도쿄와 오키나와의 최저임금 격차이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결정주체이다. 중앙정부가 전국 각지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앙정부는 최저임금의 최저~최고 구간만 정해 주고 결정은 광역시도에 맡기자. 구간 폭은 처음엔 좁게 시작하여 점차 확대하자. 중앙권력을 행사하는 노정(勞政)은 모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권의 핵심은 각 지방이 자율적으로 정책을 선택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저임금을 동결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 생활수준을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릴 것인가? 이제 중앙 무대의 정쟁을 그만 두고 그 선택을 지방에 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