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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씨(사망 당시 만 25세)는 2019년 11월 23일 인천 서구에 있는 모 건물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 있는 난간에 패딩 조끼로 목을 매어 사망했다.
D씨 사망 후 부모인 A씨와 B씨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했다. 계약은 보험기간 2012년 2월 1일부터 2095년 2월 1일까지, 일반상해사망후유장해 가입금액 9000만원, 보험수익자는 사망 시 법정상속인으로 각 정하는 등의 내용으로 체결했다.
보험사 C는 2019년 12월 26일 보험금청구서를 수령했으나,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자살로 볼 수 없으므로 면책이라고 사료된다’는 손해사정결과를 토대로 일반상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D씨가 평소 만성 우울증을 앓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고, 만취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순간적인 우발행동으로 목을 매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도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했다.
1심은 원고 승소판결했다. D씨가 만 14세이던 2010년경 우울증 진단하에 진료를 받았고 2016년경에는 주요우울병, 상세불명의 강박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자살에 대한 생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므로 치료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의 평가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2019년 물품 배송을 하다가 허리를 다친 것에 대해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산재보상을 받지 못했던 점, 일정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점, 신체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신병적 증세가 더욱 심화됐다.
아울러 자살 전날 지인 3명과 함께 소주 8병을 나누어 마시고 맥주 1캔을 마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목을 매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1심은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단지 우울증 증세가 심하거나 지속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원고 패소판결했다.
특히 D씨가 사망 직전 원고들 및 누나와 통화하며 ‘미안하다,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등 자신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던 점, 망인의 자살 방식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자살 기도가 충동적이거나 돌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자살 무렵 신체적·경제적·사회적 문제로 망인을 둘러싼 상황이 지극히 나빠졌고 특히 자살 직전 술을 많이 마신 탓으로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망인이 원고들 및 누나와 통화하고 목을 매는 방식으로 자살한 것은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이후의 사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원심 판단에는 보험계약 약관 면책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