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기 싫어요”…‘집콕’에 체력 떨어진 학생들

김형환 기자I 2023.04.28 06:00:00

기초체력 미달, 코로나 전보다 4.4%p↑
학부모 "코로나 이후 자녀 과체중 걱정"
부산교육청 ‘아침운동’…학교 52% 참여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아이가 요새 살이 계속 쪄서 고민이에요.”

경기 파주에 거주하는 김모(39)씨는 요즘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걱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체중이 불어 비만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줄넘기 학원에도 보내봤지만, 아이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학원 빠질 궁리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여전히 학생들은 외부 활동보다 실내 활동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체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늘어나며 학부모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9월 광주 남구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운동회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로 기초체력 미달 증가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5~고3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결과 최고 단계인 1등급이 5.5%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6.8%)보다 1.3%포인트 감소했다. 이어 2등급(우수)는 34.3%로 2019년(38.5%)보다 4.2%포인트 줄었다. 반면 최하위 단계인 5등급은 1.9%로 2019년(1.2%)보다 0.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등급 역시 14.7%로 2019년(11%)보다 3.7%포인트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늘고 디지털기기와 익숙해지면서 체육·야외활동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학부모들은 야외활동을 거부하는 자녀들 때문에 고민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중1 딸을 키우는 조모(45)씨는 “아이가 과체중인데 운동을 극도로 싫어한다”며 “식단이라도 조절하려 하는데 아무래도 성장기다 보니 걱정된다”고 했다. 인천에서 초3 아들을 키우는 강모(33)씨는 “아이 밖에서 뛰놀았으면 좋겠는데 외출을 해도 피시방이나 만화카페에 자주 간다”며 “체력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경기 평촌고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있는 조종현(49) 교사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보면 아이들 체력 수준이 상당히 저하돼 있다”며 “현재 운동장 한 바퀴도 제대로 뛰지 못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라고 했다. 부산의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이모(41) 교사는 “점심시간에도 대부분 교실에 있거나 야외로 나가도 산책하는 정도”라며 “학교 차원에서 체육 활동을 장려해도 참여율이 낮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5~고3 대상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결과. (그래픽=김정훈 기자)
◇대책 마련 나선 교육당국

체육교사들은 기초학력 미달에 대한 투자만큼 저체력 학생들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모 교사는 “기초학력 미달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은데 기초체력 미달에 대한 관심은 다소 부족하다”며 “기초체력 미달 문제는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충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이후 기초체력 미달 학생이 늘어나자 교육부는 지난 10일 ‘2023년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초중고 학교 1곳 당 11개 팀 정도가 운영 중인 스포츠클럽 수를 올해 20개 팀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체육활동을 놀이와 접목한 ‘체육온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 초5~고3을 대상으로 하던 학생건강체력평가를 초1~4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시도교육청 역시 기초체력 미달 학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부산시교육청의 ‘아침 체인지’ 프로그램이다. 부산교육청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1교시 시작 전 전교생이 약 20분간 신체 활동을 하도록 학교 1곳당 1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당초 참여를 원하는 50개교를 대상으로 지원하려고 했지만, 학교 현장의 호응도가 커지면서 지금은 부산 시내 초중고 632곳 중 52.2%(330곳)가 참여하는 사업으로 확대됐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참여도도 높고 참여한 학교들의 만족도도 높은 상황”이라며 “정책 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체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4~2028년 적용될 ‘제3차 학교체육진흥 종합계획’을 준비 중인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검토해 효과가 큰 사업은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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