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가격, 7개월만에 9000달러 웃돌아
1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전날 구리는 t당 9436달러에 거래됐다. 구리가격이 t당 9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구리는 전자, 전기, 통신, 자동차, 건설자재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원자재인 만큼 경기 흐름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구리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글로벌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한다. 그만큼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구리 가격이 꺾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부터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며, 28년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구리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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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구리 가격 상승은 LS전선, 대한전선 등 전선업계에는 큰 영향이 없다. 구리 가격에 따라 판가가 조정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매출 증대 효과나 미리 매입해 둔 구리에 대한 재고자산 평가가치가 늘어날 수 있다. 구리는 전선 제품의 원자재 가격의 70%를 차지한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중에서 구리 비중이 높기 때문에 리스크 헤징을 위해 발주처와 계약시 판가에 구리 가격 변동을 반영해주는 형태로 되어 있다”면서 “구리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며 외형 커지기 때문에 전선업체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제로코로나 정책 폐지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대규모 제련소를 잇따라 건설한 중국이 생산 능력 부족과 유지 보수에 따른 셧다운으로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도 구리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구리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구리정광 수입량은 12월 전년동월대비 2.1% 증가했다”면서 “반면 구리 광석을 구리 제품으로 제조하는 중국 제련 업체가 셧다운으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중국 구리 재고가 2주가량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전력망 수요↑
특히 국내 전선업체의 경우 구리 가격과 관계없이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확산 영향으로 전력망 전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LS전선의 경우 지난 4분기에만 영국 6400억원, 대만 200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용 해저 및 HVDC 케이블 수주가 성사됐다. 이로써 해저케이블 수주잔고는 1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251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해저 시공 전문업체인 KT서브마린의 지분(16%)을 인수하면서 관련 시공 능력과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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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이나 태양광 등 새로운 발전원들이 만들어지면 전력망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이들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해저케이블이나 초고압 지중케이블에 대한 수요는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