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영 서울의료원장은 “우리 병원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떠나간 환자들이 돌아오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공공병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
◇ 코로나19에 동원…회복 하세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동원되는 곳이 공공병원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상황에서도 공공병원이 가장 먼저 동원됐다. 당시 부원장으로 상황을 총괄했던 송관영 서울의료원장은 “10개 병상을 열고 개별 공간에서 3개월 정도 메르스 환자를 봤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메르스 초기엔 최대 치명률이 90%에 이르는 에볼라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로 알려졌다. 걸리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일반 병원에서는 의심환자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병원은 그럴 수 없었다. 의료진은 미지의 두려움과 환자 진입을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싸워야 했다. 송 원장은 “공공의료가 해야 할 일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5년만에 코로나19가 다시 발생하며 공공의료는 또다시 올스톱됐다. 2020년 1월 30일 국내 5번 확진자가 서울의료원에 입원하면서부터다. 서울의료원은 2월 20일부터 2022년 5월 30일까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831일 동안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돼 외래진료는 최소한으로 축소되고 일반 입원환자 병상도 줄여야 했다. 그러는 사이 2019년 전체 진료환자가 72만8000여명에 이르던 것이 2020년 44만6000명(생활치료센터 환자 포함)으로 절반 가까이 줄더니 2021년(51만3000명)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1366억원이나 되던 의료수익은 2020년 71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1200억원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서울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코로나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했던 국립중앙의료원 및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등 지역거점공공병원의 병상가동률은 평균 38.7%에 불과하다. 이는 2019년 76.4%의 절반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누적 의료손실은 2022년 10월 기준 4070억7600만원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전체 의료손실 1647억1500만원보다 2.5배 늘었다. 특히 2019년 병상가동률을 회복한 기관은 하나도 없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2019년 병상가동률은 66.6%였으나 현재는 51.5%다. 국립중앙의료원을 포함해 지역거점공공병원의 2019년 평균 병상가동률 76.4%였으나, 10월 기준 38.7%로 절반 수준으로 악화했다.
송 원장은 “메르스를 3개월 겪은 후 병원이 이전처럼 회복까지 5~6개월 정도가 걸렸는데 이번엔 이전처럼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
◇ 공공에서도 토탈 케어 가능…환경 개선 최우선
공공병원의 어려움 중 하나는 의료인력난이다. 지난 3년간 심장전문의도 소아과전문의도 모두 코로나19 환자를 봐야 했다. 잠깐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3개월, 6개월, 1년이 지나도 상황은 진행형이었다. 심장분야 전문 수련을 위해 왔던 수련의는 전문과정 수련 대신 24시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상황에 결국 수련할 수 있는 민간 병원으로 가겠다며 그만뒀다.
의료진은 2020명 19명이 사직한 데 이어 2021명 15명, 올해 상반기에도 7명이 그만뒀다. 3년간 총 41명이 병원을 떠난 것이다. 간호사 321명의 사직까지 더하면 3년간 362명이 병원을 그만뒀다. 서울의료원 포함한 시립병원의 심각한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서울시에서 대책 마련을 위해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이 떠나가버리면 다시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수련의의 경우 병원에서 수련을 하고 전문의가 되는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순간부터 그들의 수련도 멈춰 그들에겐 허송세월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송 원장은 “우린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하고 있어서 그나마 34개 지방의료원 중에선 조금 나은 편”이라며 “우린 절반은 코로나 환자를 나머지 절반은 외래 환자를 봐서 그나마 회복이 되어가고 있지만, 100% 코로나 환자만 봤던 곳은 의료진도 환자들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우리 산하병원인 북부·서부·동부병원 등은 지방의료원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감염병은 또 발생할 거다. 공공병원의 역할은 더 커질 텐데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병원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3차병원에 필적할만한 의료의 질과 환경 개선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료원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 포함 총 25개 진료과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뇌혈관, 심혈관, 소화기, 응급의료, 재활의학, 건강증진,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등 전문 진료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중 암치료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유일한 병원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 방사선 치료기 구비를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송 원장은 “그동안 방사선 치료기기 부재로 암진료 환자는 항암치료 위해 타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며 “지역 환자에게 토탈케어가 되지 않았지만, 서울시와 시의회가 도와줘 조만간 좋은 방사선 치료기를 구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은 심내혈관과 위암수술 등의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아울러 건강보험 보장률 전국 7위(73.4%, 2016~2019년 평균), 비급여 비율 수도권 중대형병원 중 최저(4.2%, 2019년 기준)를 기록하는 등 과잉진료 제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 전체 입원환자의 10명 중 4명(38.4%) 가까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의료를 보장받는 의료급여환자다. 전국 지방의료원 평균(19.1%)의 2배 수준이다. 송 원장은 “경제력이 높은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치료는 똑같아야 한다”며 “누구나가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다. 공공병원이 해야 할 기본이고 우리의 모토”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의 질은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미국 LA에 가는데 꼭 일등석을 탈 필요는 없지 않겠냐”며 “사람을 많이 써서 하는 시스템은 대형병원을 이길 수 없겠지만, 실력 있는 의료진이나 간호사, 치료약은 같은 급이다.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게 우리의 역할이고 자부심이다. 앞으로도 공공병원의 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온힘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송관영 원장은
송관영(60) 원장은 한양대 의과대 졸업 후 단국대 대학원 의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대 의료경영고위자 과정(AHP)과 서울시 보건의료정책 최고위자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의료원 신경외과 주임과장, 교육연구부장, 기획조정실장 및 의무부원장 등 병원 내 주요 보직을 거쳤다. 서남병원장 재임 중에는 서남병원의 종합병원 승격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대한신경외과 학회 이사, J Neurosurg Soc - Review Board, 뇌혈관 뇌 수술 인증의 등 왕성한 학회활동과 함께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The Marquis Who‘s Who 인명사전에 등재된 신경외과 권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