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을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따라 나오는 이미지들이다. 코스닥 시장에 대해 ‘투기의 장’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하게 된 데는 그동안 코스닥 상장사에서 벌어진 횡령, 벤처투자자들의 먹튀, 작전세력의 활보 등이 자리하고 있다. 땅에 떨어진 신뢰는 결국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지면서 지수 하락은 물론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져 코스닥 몸집 역시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올 들어 코스닥 시총 100조원 줄어…“신뢰 하락”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규모는 335조원이다. 이는 연초(1월3일) 기록했던 448조원 약 25% 줄어든 것이다.
코스닥이 외면받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신뢰 하락이다. 연초부터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048260) 횡령 사건은 코스닥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했다. 무려 2215억원에 이르는 횡령이 코스닥 시가총액 23위인 업체에서 발생하면서 새해 첫날부터 거래정지를 당하면서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휴센텍(215090), 스킨앤스킨(159910) 등의 기업에서도 연이어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 여기에 감사의견 거절 등을 이유로 에스에이치엔엘(050320), 세영디앤씨(052190) 등 상장폐지도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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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말도 안되는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그동안 불신이 팽배해있던 코스닥 시장은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여기에 루나 사태로 촉발된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 등이 코스닥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대표주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플랫폼에 대한 규제 등이 이어지면서 코스닥 기업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기업 실적도 부진…외국인 외면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기업 실적도 코스닥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 증권사가 세 곳 이상인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6768억원으로 연초 추정치였던 6835억원 대비로는 약 1%, 한달 전 6817억원과 비교해서는 0.7% 하향 조정됐다.
반면 코스피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이날 기준 47조4042억원으로 한달 전인 47조4394억원과 비교할 때 하향 조정되기는 했지만 소폭 조정되는데 그쳤다. 코스피 몸집이 상대적으로 더 큰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하향 조정폭만 놓고 볼 때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더 가파른 수준이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은 주당순이익(EPS) 등 기업 실적”이라면서 “코스닥은 성장주가 중심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코스피보다 EPS 측면에서 약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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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이달 들어 유난히 코스닥이 약했던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외국인이 의미있게 돌아오기 위해서는 환율이 안정되고 지수가 추가적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즉 실적에 대한 믿음이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코스닥이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적인 신뢰 회복 노력과 제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코스닥을 비롯해 국내 증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거시적인 경제 대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무역수지 적자 시 국가 신뢰도가 떨어져 증시 자금이 이탈하기 쉽다”면서 “거시적인 측면에서 무역수지를 흑자로 만들거나 인플레이션 기대를 없애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