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분 탓만이 아닙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23일까지 115번 증시가 문을 열었는데요. 이 중 총 23번의 월요일에서 18번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확률로 따지면 78.3%입니다. 총 23번의 화요일 중엔 12번 주가가 하락했고(52.2%), 22번의 수요일 중엔 절반인 11번(50.0%) 주가가 내렸습니다. 총 24번의 목요일 중 11번(45.8%) 주가가 내렸고 23번의 금요일 중엔 11번(47.8%) 주가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다른 요일과 비교하면 월요일 코스피의 약세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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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증시 움직임을 보면 기업들의 악재나 공시 탓만은 아닌 듯 합니다. 경제 지표의 발표가 금요일에 집중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습니다. 현재 증시를 짓누르는 가장 큰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미국의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수준을 결정하는 만큼, 물가지표가 중요한데요. 이 물가지표는 주로 금요일에 발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금요일인 이달 10일(현지시간) 공개됐습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경제지표인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나 중국과 유럽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한국시간으로 금요일 밤이나 주말 사이에 발표되는 것이 많다”면서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경제지표 발표에 증시가 민감한 만큼, 월요일마다 하락을 이끄는 악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국내주식전략팀장 역시 “금요일이 지표발표가 많다”면서 “목요일 보통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발표되는데 회의 직후에는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다 하루이틀 이후 월가에서 물가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이후 증시도 약세를 보이는 성향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국내 증시도 금요일에 투자에 나서기보다 관망세를 보이는 패턴도 늘고 있는데요. 금요일→월요일 모두 약세로 이어진 경우는 올해 23번의 주말 중 10번(43.5%)입니다.
그런데 약세장을 보인 1월(월간 하락률 10.6%)과 6월(1~23일 하락률 13.8%)을 대상으로 이 수치를 살펴보면 무려 66.6%로 뛰어오르는데요. 그만큼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과 긴장감이 커졌다는 증명일 것입니다.
실제 지난 1월 14일 금요일 코스피는 미국의 소매판매 지수 발표를 기다리며 1.36%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후 이 지표가 시장예상치(-0.1%)보다 더 감소폭이 큰 1.9%로 확인되자 17일 월요일 또다시 1.09%가 내렸습니다. 이달에도 10일 코스피는 1.13% 하락하며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기대했고, 이 수치가 8.6%로 시장 기대치(8.3%)보다도 나쁘게 나타나자 13일 월요일 코스피 지수는 무려 3.52% 폭락했습니다.
다만 요일별 등락률로 ‘월요일은 무조건 내린다’고 내다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으로 보입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이 나쁘다보니 주말 동안 투자자의 심리에 좋지 않은 이슈들이 반영되며 이같은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장을 보는 트레이더들에게는 유의미할지 몰라도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